<인터뷰>심청전 오페라작곡 선보인 원로작곡가 김동진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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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양음악과 한국의 멋을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서양음악에는우리의 恨이나 신들림같은 것이 없습니다.』 『가고파』『목련화』『봄이 오면』등 한국인이 가장 즐겨부르는 1백여 가곡을 작곡한金東振옹(80)이 판소리 심청전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金옹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오페라『소녀 심청』을 지난달 29일부터 4일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김자경오페라단의 공연으로 선보였다.
『30년대 중반 평양 숭실전문학교 시절 평양에서 당대의 명창李동백선생이 이끄는 창극단의 심청전과 춘향전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극적인 한국의 가락과 장단인 판소리에 도취되어 이를 바탕으로 가극을 만든다면 세계성을 띤 최고 수준의 작품이될것이라 생각했습니다.언젠가는 꼭 심청전과 춘향전을 오페라로 만들어보리라 결심했었지요.』 열일곱살 나이에『봄이 오면』을 작곡했던 金옹은 판소리와 洋樂의 만남을 위해 판소리를 공부하며 판소리에 맞는 새로운 창법을 개발하고 연구하느라 심청전을 新唱樂적인 오페라로 만드는데 5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新唱樂은 판소리와 서양발성법을 가미해 개발한 창법으로 어디까지나 양악을 하는 성악인들을 위한 양악적인 신한국음악입니다.
한국에 양악이 들어온지도 1백년이 넘었는데 언제까지나 서양음악만 모방하고 수입할 것입니까.』 金옹은 이제는 전통문화의 정수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제성을 띤 우리의 음악을 만들때라고 강조했다. 金옹이 직접 현대적으로 각색까지한 이 오페라를 지켜본 관객들은 판소리가락이 배인 오페라에서 우리의 멋을 흠뻑 느끼면서도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을 글썽거렸다.인당수에 빠진뒤 용궁에서 환생해 왕후가 된 심청과 아버지 沈봉사가 만나 沈봉 사가 눈을 뜨는 것으로 끝나는 원본의 해피엔딩이 오페라에서는 뱃사람들에게 팔려가기 전날밤 심청이의 꿈으로 밝혀지고 심청이 뱃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장면으로 끝나기 때문.
『서양의 오페라가 원래 비극으로 끝난다는 이유도 있습니다만 작품을 현대에 맞게 합리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그러나 우리 민족은 역시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것같아 다음번 공연때는 해피엔딩으로 고쳐볼까 생각합니다.』 78년 공연됐던 오 페라 심청전이 주위의 여건으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이번 공연에 노년의 온 정열을 쏟아부은 金옹은 준비과정에서 한달여를 앓은 탓에 정작 지휘를 하지못한 것을 크게 아쉬워하면서『다음번 공연때는 꼭 직접 지휘하겠 다』고 말했다.
『꿈에서 현실로 바뀌는 대목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언제나 공연은 1백% 만족스러운 법은 없습니다.하지만주어진 여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79년에 新唱樂회를 만들고 新唱樂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金옹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재 예술원회원과 경희대 음대 명예교수로 활동중이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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