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소중지­내사종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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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과 관련된 이원조 전 민자당 의원에 대해 검찰이 「내사종결」을 발표함으로써 사건 초기부터 일기 시작했던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죄가 없는 사람을 사법처리하는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으나 이씨의 수사과정을 지켜보면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네차례에 걸쳐 2억원을 건네줬다는 안영모 전 행장의 진술이 있었고,끈질긴 수표추적으로 수뢰사실을 밝혀냈다는 수사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이를 뒷받침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검찰 내부에서도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결국 안 전 행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세사람 가운데 한명은 구속되고,해외로 도피한 나머지 두사람 가운데 한명은 기소중지,한명은 내사종결이라는 별난 수사결과가 나왔다. 뇌물을 받은 것은 다 똑같은데 누구는 잡아넣고,누구는 봐주느냐는 의문이 자연스레 일게 됐다. 다시 말해 법집행의 형평에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우리가 검찰의 내사종결 발표에 접하면서 특히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지난달 28일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이원조 전 의원을 포함해 새정부 사정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인사들을 강제 귀국시키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히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를 종결했다는 시점이 「지난주」라는 점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그동안 새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정과정에서 형평성 및 표적수사 시비가 이는데 대해 누차 우려를 표해왔다. 개혁과 사정과정의 투명성에 의혹이 생기면 그것은 바로 문민정부에 대한 신뢰감에 흠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서 이씨의 수사와 처리를 놓고,심지어 검찰 내부에서까지 일고 있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분명한 진실을 밝혀 검찰과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
우선 이씨가 정부의 비호아래 일본으로 출국했다는,이른바 출국묵인·방조설이다. 그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으나 출국금지조치도 되지 않았던데다 「폭탄선언설」이 나돌면서 돌연 출국했던 것과 관련,심지어 당국이 그의 출국을 종용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다음으로 이 폭탄선언의 내용이라고 세간에 떠돌고 있는 대선자금조달설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지난 이야기라도 대선과정의 의혹에 얽힌 자금이 조달됐거나 그 공로로 죄를 진 어떤 사람이 면죄부를 받는다면 이는 사건의 올바른 처리라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차 지적했지만 사정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인상을 주는건 검찰은 물론 정부에도 결과적으로 손해가 된다. 정부와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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