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실질적 군사협력 단계로/외무장관 무관부 교환설치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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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국관계 진일보 구체적 확인/북에 핵포기 압력으로 작용도
한중 외무장관의 28일 회담은 주요 현안을 타결짓고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키로 하는 등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경과 서울에 연내에 무관부를 교환설치키로 합의한 것은 군사교류 증진의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방위정책의 투명성을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보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무관부가 설치되면 양국은 군사훈련을 서로 참관하고,자문에 응하는 등 실질적인 군사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무부 당국자들은 무관부 설치가 한중관계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동북아전체 영향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가 동북아의 안보와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이 무관부 교환설치에 응함에 따라 앞으로 동북아 군사협력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사관에 무관을 파견하는 이른바 「무관부」는 미국은 물론 러시아 등 우리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주요 국가들에는 대개 설치돼 있으나 중국은 지난해 8월 수교당시 중국과 북한간의 군사동맹관계를 고려,합의만 해둔채 설치를 유보했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던 홍순영 외무부 차관이 중국측에 무관부를 조속히 교환설치하자고 촉구했고,이에 중국측이 동의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양국 외무장관은 종래와 마찬가지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쳤으나 이 문제가 평화적 해결과 유엔안보리 이관의 갈림길에서 한중 외무장관이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양국 장관의 회동에서 『북한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첸치천(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의 말 등 중국의 입장이 북한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 대세 따를 것”
게다가 한승주 장관은 한중 외무장관 회담후 리펑(이붕) 총리를 만난데 이어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도 만나 북한 핵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어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더없이 좋은 기회로 평가된다.
한 장관을 수행한 외무부 당국자는 『강 주석은 그동안 외국 외무장관들을 잘 만나지 않았으며 더욱이 강 주석과 이 총리가 함께 외국 장관을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게 중국정부의 설명』이라면서 이를 『중국이 한국을 그만큼 중요시 여긴다는 반증』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누차 강조해온 중국정부가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과연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양국 장관이 이번 회담에서 한중 환경협정에 서명한 것도 큰 성과중 하나로 꼽힌다.
○관제이양점 이견
다만 이번 회담에서 양국의 최대현안중 하나인 한중 항공협정 체결을 마무리짓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늘에 금을 긋는 이른바 관제이양점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려온 양국은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서울∼북경 직항로 개설은 더 뒤로 미뤄지게 됐다.<북경=박의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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