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UR에 소극적인 클린턴에 공개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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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美國이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보이자 유럽공동체(EC)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경고하는 내용의 뉴스레터를 배포,클린턴대통령의 입장을 난처하게만들고 있다.
EC집행위원회의 레언 브리턴 부위원장이 지난 18일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행한 연설을 요약한「UR도 NAFTA만큼 중요하다」는 제목의 이 뉴스레터는 클린턴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매달려 UR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노골 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브리턴은 리스본 연설에서 미국은 UR협상의 중요성은 물론 시기적으로 촉박한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주장하고 미국을 『우물쭈물하는 중도파』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하고 있다.
브리턴은 연설 서두에서 미국의 현 대외정책 우선순위는▲NAFTA▲UR▲앤터니 레이크 美백악관안보보좌관의「자유시장경제공동사회 확대전략」순이라고 열거하고 UR가 NAFTA보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브리턴의 이같은 경고는 55일정도 밖에 남지 않은 UR협상 타결시한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정부가 소말리아.아이티.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같은 국제분쟁과 의료개혁,NAFTA 의회통과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기 도 하다.
미국은 백악관 블레어하우스에서 가졌던 美.EC간의 농산물보조금 감축합의를 프랑스가 깨고 獨逸이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하자 UR협상 타결실패의 책임을 EC쪽에 돌리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클린턴은 타결여부가 불투명한 UR보다는 의회통과가 갈수록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NAFTA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오는 12월1일 NAFTA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12월17일 하원에서,그리고 21일 상원에서 각각 인준을 받겠다는 일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NAFTA통과는 미하원 과반수에서 60여표나 모자란 열세에 놓여있어 현재 투표를 실시하면 부결이 확실한 상황인데다가 지금까지 주된 지지세력인 공화당의원들마저 상당수 반대입장으로 돌아가고 있어 클린턴은 갈수록 ■조해 하고 있 다.
클린턴은 국내 의료제도개혁과 함께 NAFTA를 자신의 정치적역량의 시험대로 삼고 지난 수개월동안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캠페인을 벌이며 여론과 의회를 NAFTA 지지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소말리아 문제에서 여론의 비판에 휩싸인데 이어 아이티 파병문제를 놓고 의회와 한판대결을 벌이는등 국제문제에서 궁지에몰려있는 클린턴은 NAFTA마저 의회통과에 실패할 경우 대외문제에서 완전히 무력하다는 치명적인 낙인을 면하기 어렵게 돼있다. 클린턴의 이같은 입장을 모르지 않는 브리턴이 클린턴에게 또다른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이유는 UR와 NAFTA의 비중 시비보다도 사실은 NAFTA가 실패하면 UR도 실패할지 모른다는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전문가들도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의 대외무역정책은 부득이 보호무역주의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깊이 우려하고 있다.
브리턴의 연설은 클린턴이 NAFTA에 실패하더라도 UR가 손상받지 않음으로써 미국이 급격하게 보호주의에 빠져드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EC측의 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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