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명함 사용 부쩍 늘었다-신세대 중심 우리글애용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한글명함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와 신분을 밝히는 또다른 얼굴인 명함에 알아보기 쉬운 한글을 제쳐두고 굳이 어려운 한자를 쓸 필요가 없다는 실용적.탈 권위적 가치관을 가진 新세대들에게 『이름 석자만은 한글로 쓰자』는 한글전용론자들의 주장이 호 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명함 인쇄업자들에 따르면 디자이너.문필가등 전문직.자유직 종사자들과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자동차.보험 영업사원들이 한글명함을 선호하며 특히 20대 여성층은 대부분 한글로 명함을 주문하는 추세.
평생을 한글과학화운동에 바쳐온 안과의사 公炳禹박사(87)가 원장으로 있는 한글문화원은 6월부터 한글명함 보급운동을 활발히벌이고 있다.
문화원측이 컴퓨터통신망과 회보를 통해 광고를 내고 희망자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컴퓨터를 이용,자체개발한 3벌씩 글씨꼴로 명함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데 호응이 의외로 커 처음 소속회원60여명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일반인들에게 급속 히 확산되고 있다는 것.
대기업 사원인 朴모씨(34.서울강남구도곡동)는 최근 회사에서새겨준 한자명함과 별도로 한글명함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李檉鑄씨(25.회사원.서울은평구신사동)는 한자로 새겨진 명함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이성수」로 잘못 읽는 사람이 많아 한동안 한자 이름밑에 따로 작은 글씨로 한글표기를 한 명함을 써오다 최근 아예 한글만으로 새겨진 명함을 사용하고 있다.서울중구서소문로에서 27년간 명함 인쇄업에 종사해온 金成一씨(45)는『최근2~3년간 한글로 명함을 주문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 현재 전체 주문량의 4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芮榮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