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통화관리 “질타”/경과위 물가대책 공방(국감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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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연말·내년 폭등가능성… 비상책 세워야/유통속도 떨어져 큰 영향 없을것 답변
5일 자정무렵까지 계속된 국장검사에서 질의에 나선 국회경과위소속 의원 13명의 공통된 관심사항은 바로 물가였다.
의원들은 우선 최근 불안한 물가상승의 원인을 나름대로 따지고 들어갔다. 김해석의원(민자)은 『실명제 실시이후 금융기관의 자금이탈현상에 대응해 8,9월에 7조6천5백억원의 지나친 통화가 공급된 것이 물가에 영향을 주고있다』고 주장했다.
차화준의원(민자)도 『실명제의 부작용을 줄인다고 통화를 너무 공급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통화를 이렇게 풀면 언젠가는 구매력으로 변해 물가에 압력을 주게 마련』이라고 가세했다.
김범명의원(민자)은 『이상저온에 따른 작황부진까지 겹쳐 연말물가가 앞으로 몇%나 상승할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의원들이 더욱 심각한 표정을 드러낸 부분은 공공요금인상에 따른 내년도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였다. 최운지의원(민자)은 『앞으로 일단 경제가 정상화된 뒤에는 풀린 통화로 인해 물가폭등의 우려가 있다』며 『새해 공공요금인상이 물가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의원(민자)은 『금년물가뿐 아니라 내년의 물가압박이 더욱 걱정』이라며 『내년초에 이뤄질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칠 악영향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추궁해 나갔다. 이 의원은 나아가 『기획원은 과감히 현 상황을 「경제위기」로 선언하고 물가 등에 대한 비상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까지 제안했다.
무소속의 서훈의원은 『근로자들에게 고통분담 동참을 요구하며 임금동결에 이어 물가불안에 따른 실질소득까지 감수하게 한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노사관계에의 파급가능성까지 지적했다.
조세형·손세일의원 등 민주의원들은 『금년물가도 차질이 생겼는데 4.3%로 잡아놓은 내년도 물가억제 목표 등 경제총량지표를 겸허히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봇물터지듯한 의원들의 물가관련 질의에 대한 이경식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의 답변은 단 몇문장에 그쳐 정부의 성장지향 정책과 물가억제사이의 역학함수를 명쾌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했다.
이 부총리는 『실명제 보완으로 통화공급이 늘었으나 현금사장으로 유통속도가 떨어져 물가에 큰 영향은 없다』며 『실명제 후속상황과 통화유통속도를 감안,통화관리·총수요조절 등으로 물가불안을 제거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으로 대책을 대신했다.
이 부총리는 『내년에는 임금동결·공공요금동결 등 인위적인 물가관리는 않겠다』고 덧붙여 내년 물가전망을 한결 어둡게 했다는 지적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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