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피해 축소 설전/박영수 정치부기자(국감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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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국회의 농림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냉해에 따른 쌀생산 및 농가소득의 감소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은 『농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거듭 말했다.
농민을 걱정하는 마음은 추궁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다를리 없었다. 그러나 의원들과 허 장관은 농작물 피해량의 축소 사정 의혹을 싸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민자당의원들은 냉해가 3년을 주기로 반복되는데도 정부가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지 않은 이유를 따졌다. 야당의원들은 농림수산부가 냉해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정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김영진의원(민주)은 『8월26일 농림수산부가 쌀의 냉해피해를 2백50만섬이라고 발표했으나 그후 날씨가 정상으로 회복되었는데도 9월15일의 작황조사에서는 4백22만섬으로 다시 늘렸다』고 피해량이 늘어난 이유를 물었다.
정부가 애초에 피해상황을 줄이려는 생각에서 고의적으로 감수량을 축소했다가 피해가 의외로 심하자 할수 없이 늘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허 장관은 『이상저온 현상이 지난 80년과 유사해 행정력을 동원해 피해 최소화에 힘썼다』고 보고에서 밝혔다. 그는 축소의혹에 대해선 『지난달 발표는 농진청에서 추정한 것이지 작황조사에 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정확하다』고 시인하고 『기후가 호전된 8월말 이후의 작황은 10월께에나 나온다』고 피해량이 줄어들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정부가 이중적인 기준으로 냉해피해의 실상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고 추궁하면서 『지난해 추수량과 비교하면 4백22만섬의 감산이 예상되는데 평년작과 비교해 3백16만섬의 피해를 극구 강조하고 있다』고 따졌다. 박경수의원(민자)은 『농림수산부가 「냉해」라는 말 자체를 쓰길 꺼려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허 장관은 『쌀의 작황은 평년작을 대비로 해야한다』면서 『피해가 적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답했다.
물론 농작물의 피해가 심각하지 안기를 바라는 마음은 정부나 의원,그리고 국민도 모두 한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설령 피해가 상상밖으로 크다고 해도 바람직한 농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피해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게 의원들의 한결같은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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