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인재낭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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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람이란 대부분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성품과 재능이 다듬어져 국가적 재목으로 자란다고 한다. 발명왕이라고 불릴만큼 인류 문명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에디슨도 그 재능이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을 때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의 결과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가정적으로 자녀교육에 정성을 기울이고 국가적으로도 교육투자에 재정의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게 해서 길러진 인재들은 그 국가와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사리 육성한 인재일지라도 이를 활용하는 사회의 질서가 혼란하거나 전반적인 가치관이 왜곡돼 있는 풍토에서는 인재의 역할 자체가 본래의 이상과 목표에서 어긋나 엉뚱하게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몇몇 정치지도자들의 오도에 무비판적으로 추종해 오히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가치관을 문란시킴으로써 역사를 후퇴시키는데 기여했던 「인재」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제나라 재상 안영이 초나라 왕과 회담할 때 초왕이 안영의 기를 꺾기 위해 제나라의 도둑을 잡아 놓고 『귀국 사람들은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안영은 『귤나무는 회수의 남쪽에서 자라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고 합니다. 저 사람도 제나라에 살았으면 도둑질을 안했을 것을 초나라에 살았기 때문에 도둑이 됐을 것입니다. 초나라의 풍토가 사람들에게 도둑질을 시키고 있는가 봅니다』고 응수했다. 『춘추좌전」에 나오는 유명한 얘기다.
그렇다고 인재의 타락을 풍토 탓으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인품의 본바탕도 중요한 요인임을 부인해선 안된다.
요즘 개혁의 한파속에서 요직을 그만두는 인재들이 많다. 더러는 과거의 비리가 들통나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지만 후배가 자기보다 윗자리에 앉는 바람에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시비곡직은 별도로 하고 오랜 경륜을 쌓은 전문직 인재들이 낙엽처럼 스러져가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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