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은 소탈 판결은 대쪽/윤관 대법원장 지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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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초대 김병로 이어 두번째 호남출신/재산 5억… 선관위원장땐 “공명교주”
윤관대법관이 신임 대법원장에 지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윤 대법관의 고향인 전남 해남군 현산면 일평리 주민들은 『이 고장에서 큰 인물이 났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호남출신 대법원장이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후 처음인데다 윤 대법관의 집안이 「슬픈 과거」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법관은 해남 윤씨 선비집안으로 고산 윤선도의 후손.
윤 대법관과 현산국교 28회 동창생인 주용해씨(61)에 따르면 윤 대법관은 아버지 윤웅씨가 해방직후 면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6·25때 빨찌산들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후 슬품을 이기지 못해 전가족이 광주로 이사를 갔다는 것.
편모 슬하에서 광주고를 거쳐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윤 대법관은 해남 대흥사에서 고시공부를 하며 가끔씩 고향벗들과 어울려 농주를 마시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시 10회로 임관,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윤 대법관은 청렴한 생활과 빈틈없는 재판준비로 명성을 얻어왔다.
수수한 외모처럼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으며 법원장 시절 단독판사방 들를때도 시보석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를 즐겼다.
윤 대법관이 이번 재산공개때 등록한 재산도 장남·차남 재산을 포함,5억3천여만원에 불과,대법관중 최하위였다. 윤 대법관은 후배 법관들에게 항상 인화단결을 내세우며 아무리 사소한 사건도 큰 사건과 같은 비중을 두라고 강조할 정도로 소송업무에 빈틈이 없었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신형법론』이란 저서가 있는 윤 대법관은 특히 법률용어의 한글화에 관심이 많아 「우리말 바로쓰기」란 소책자를 발간,동료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86년 고시 10회 가운데 선두주자로 대법원판사에 발탁됐던 윤 대법관은 88년 10월 중앙선관위원장을 맡고서부터였다.
대선·총선·지방의회 선거 등 숱한 선거를 치르는 동안 윤 대법관은 「공명교주」란 별명으로 불리며 공명선거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여당은 물론 야당으로부터도 신임을 받았다.
윤 대법관은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윤전변호사가 친동생,춘천지법 판사로 재직중인 윤준씨(32)가 장남인 법조인 가족.
취미는 등산과 테니스. 부인 오현씨(57)와 사이에 아들만 넷을 두고있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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