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 근로자에 고향인정 만끽-안양 근로자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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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거처가 마땅치 않은 도시근로자들이 모여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곳이 있어 화제.
안양시안양4동 천주교 수원교구 근로자회관(원장 韓星仁.57)에는 현재 80여명의 남녀근로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이들은이곳을「고향마을」이라고 부른다.
고향.나이도 제각각이고 일자리도 다르지만 이들은 친형제처럼 정을 나누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근로자회관은 31년동안 한국에 선교사로 나와 일하다 지난해 8월 숨져 한국에 묻힌 독일인 서말가릿다 수녀가 지난 69년에 세웠다.
이곳의 한달 생활비는 남자 4만5천원,여자는 4만2천원.
개인주택 일반 하숙비의 4분의1에 불과하다.대신 이곳에서 생활하는 근로자들은 매달 급여의 절반을 의무적으로 저축해야한다.
이처럼 엄격한 절약덕분에 근로자들은 2~3년이면 자립할수 있게 된다.
근로자회관은 근로자들에게 매일 사회활동에 필요한 교양교육도 실시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고향마을」을 거쳐간 근로자는 1천5백여명.
이들중 3백여명은 勤友會를 조직,후배 근로자들을 돕고 있다.
원장 韓씨는『입사를 원하는 근로자들을 시설이 좁아 모두 받아줄수 없는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밖에 근로자회관은 7월부터 안양지역 결식노인들에게 매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주부들을 위한 꽃꽂이와 탈춤.단소.어학강좌도 마련해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3년째 이곳에서 생활하며 야간학교에도 다니는 金은석군(20.
명진정밀근무)은『근로자회관의 가족같은 분위기가 너무 편안하다』며 『올 추석에는 저축한 돈으로 부모님께 보약을 지어드릴 계획』이라며 즐거워했다.
[安養=嚴泰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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