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디언들땅사재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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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디언들이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하고 또 이 돈으로 땅 사재기에 나서 美國사회의 새로운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들어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곳은 동부 코네티컷州의 피쿠와트 인디언 보호구역내의 카지노다.이 카지노에서 올 7월 한달동안 슬롯머신으로 벌어들인 수입만해도 무려 2천6백만달러에 달했다.번창일로에 있는 이 카지노는 금년말까지 종업원 수를 약 9천명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어서 그렇게 될 경우 코네티컷州에서최대의 고용주로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이 피쿠와트族의 인디언들은 주변의 땅을 열심히 사들여 현재의 인디언 보호구역 1천8백50에이커를 8천에이커로늘려 줄 것을 연방정부에 요구하는 중이다.그중에서도 현재의 카지노와 거리가 가까운 도심지 땅 2백48 에이커 는 이미 인디언들이 사들인 상태로 보호구역 추가지정 신청을 정식으로 정부당국에 제출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자 이 지역의 非인디언 주민들이 들고 일어 났다.
가뜩이나 카지노라는 도박사업을 벌이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고 있는 터에 인디언들이 최근들어 마구잡이로 땅을 사들이자 급기야불만을 터뜨리고 나선 것이다.
일부 백인 주민들은 가격을 불문하고 안팔겠다며 버티고 있으나인디언들이 카지노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골집 한채에 3백만~4백만달러씩 줘가며 매입공세를 벌이는 바람에 더 이상 감당할 수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디언들의 전략은 간단하다.현재의 카지노 사업을 성공시킨 것을 기반으로 해서 주변 땅을 더 사들인 다음,인디언 보호구역으로 합병시키고 또 이곳에서 새로운 수익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우선 경제적으로 이익이 크다.그러나더욱 중요한 것은 州정부의 지시나 통제가 통하지 않는 사실상 완전한 자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카지노의 간부들까지도『종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주권이 보장된 땅이 필요하다』 는 말을 공공연하게 강조하고 다닐 정도다.
역사적인 배경도 충분히 깔려 있다.
이 지역은 지난 1637년 백인들과 인디언들의 혈전이 벌어져피쿠와트族이 대량으로 학살당했던 곳이기 때문이다.평화롭게 주인노릇하며 살다가 유럽으로부터 건너온「침입자」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떼죽음 과 내쫓김 당했던 역사의 장본인이 바로 피쿠와트族인디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피쿠와트族이 지금 와서 미국정부가 지정해 준 보호구역내에 도박장을 차리고 백인의 돈을 긁어 모아 그 돈으로 주변의땅을 사들이고있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백인사회의 공통된 반응인 것같다.
그렇다고 인디언들이 무턱대고 덤벼드는 것은 아니다.피쿠와트族들은 이번 여름 땅 매입에 따른 백인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위해 인근 3개 지역에 대해 매년 1백만달러씩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아무튼 미국내의 다른 소수민족들과는 달리 보호구역이라는 지역적 근거를 법으로 확보받고 있는 인디언들의 사업은 카지노를 중심으로 갈수록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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