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정착 한은역할 필요/취임 6개월 맞은 김명호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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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솔직한 경기진단·처방 제시해야
김명호 한국은행 총재가 13일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한은은 그동안 규제금리 추가인하·신경제 1백일계획·금융계 사정·금융실명제·공직자재산공개 등 경제활성화와 개혁정책에 숨가쁘게 호흡을 맞추었다.
그러나 앞으로 한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실명제 파고에다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통화가치의 안정(물가안정)과 정확한 경제전망·분석을 맡고 있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총재의 고민은 남다르다고 주변에서 전한다.
사실 김 총재는 취임때부터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규제금리 인하반대,정주영 전 국민당대표 고소취하건 등으로 새정부와 불편했던 조순 전 총재가 중도퇴진한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조 전 총재와 대칭적인 「브드러운 성장중시론자」로 비쳐졌다.
실제로 그는 취임직후 3·26 규제금리 추가인하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며,새정부 경제정책과의 조화를 강조하면서 신경제 1백일계획에 맞춰 돈을 넉넉하게 풀었다.
그러던중 권위를 자랑하던 한은의 경기예측 마저 빚나가 그를 곤혹스럽게 했다.
실명제이후 한은은 충분한 돈을 풀고 있다.
총통화 증가율이 이미 20%를 넘어섰는데 앞으로도 「추석­실명전환 의무기간 만료일(10월12일)­2단계 금리자유화 시행­연말자금수요기」 등의 일정때문에 돈이 더 풀려나갈 전망이다.
실명제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불안,투자·소비위축,수출증가세 둔화 등으로 올 성장률이 80년이래 가장 낮았던 작년(4.7%)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저성장속에서 물가는 올라 연말에 올 억제선(5%이내)을 훨씬 웃돌고 내년엔 심각하리란 예상이며,그 원인중 하나가 그동안 급속히 풀려나간 통화탓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중앙은행의 솔직하고 용기있는 실물경기 진단과 처방을 듣고 싶어한다.
따라서 이제 한은은 나라경제를 위해 「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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