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치자금/“연 꽃값 천만엔”/자치성 작년 수지동향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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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금 줄었지만 접대비비중 늘어/공식 정당별 수입은 공산당 1위
일본도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정치에는 돈이 든다」는 인식이 뿌리깊이 박혀있다.
9일 일본 자치성이 정치자금규정법에 따라 발표한 92년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를 보면 이같은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요정에서 하룻밤 접대비가 1백만엔(약 8백만원)이 넘는가하면 경조사에 보내는 꽃값만 해도 연간 1천만엔(약 8천만원)이 이상되는 정치인도 있다. 중견기업이 쓰는 교제비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의 정당과 정치단체 수입총액은 1천7백39억8천만엔으로 전년보다 6.3%(1백16억8천만엔) 감소했다. 경기침체,도쿄 사가와규빈(좌천급편)의 불법 정치헌금 사건 등으로 기업과 단체의 헌금이 전년보다 4.1%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당별 수입은 공산당이 3배기36억엔으로 1위다. 자민당은 2백55억엔,공명당은 1백57억엔,사회당은 67억엔,민사당은 25억엔이다.
그러나 지만당은 이같이 정당 앞으로 된 헌금외에 국민정치협회(1백33억엔),지유사회를 지키는 국민회의(33억) 등을 통해 1백66억엔의 정치자금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자민당은 미쓰즈카(삼총박)파 16억엔,미야자와(궁택희일)파 10억엔,와타나베(도변미지웅)파 10억엔,다케시타(죽하등)파 9억엔,하타(우전자)파 3억엔 등 각 파벌과 정치가 개인의 자금동원을 통해 전체적으로는 엄청난 정치자금을 쓰고있다.
마야자와파의 경우 총수입 10억7천8백58만엔이 경상비(5천1백6만엔),조직활동비(1억2천2백17만엔),기부·교부금(4억6천6백만엔),이월금(4억3천1백11만엔)으로 각각 사용됐다.
1백97회에 걸친 회식비 6천8백98만엔이 조직활동비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이 먹고 마시는데 사용되는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네마루 신(김환신) 전 자민당 부총재의 경우 요정에서 1백만엔 이상짜리 회식을 하기도 했다. 신생당 간부들의 경우 접대교제비가 하타스토무(우전자) 당수 3천5백62만엔,오자와이치로(소택일랑) 대표간사 2천92만엔,와타베 고조(도변항삼) 대표간사대행 2천8백18만엔이나 됐다. 교제비는 주로 음식비와 화환 등 선물대금으로 사용됐다. 와타베 대표간사대행은 화환비용이 1천1백80만엔이나 들어갔다.
정치가들이 「소쿠리법」이라 불리는 모호한 정치자금 규정법을 이러저리 빠져나가는 바람에 누가 얼마나 헌금했는지를 알 수 없는 헌금이 태반을 차지했다.
자금출처가 분명함을 밝히는 헌금의 투명도가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총리는 9.3%,하타 쓰토무(우전자) 외상은 22.2%,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 관방장관은 0%,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신생당 대표간사는 2.5%로 나타나는 등 자금출처가 불분명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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