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안좋은 외교관 축재/박의준 통일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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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0억원대 2명,30억원대 3명,20억원대 9명,1인당 평균재산 9억1천3백만원,행정부 재산 30걸중 9명 포함」.
6일 공개된 1급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에서 외무공무원들의 재산은 1인당 평균 9억여원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사실은 평소 외교관하면 비교적 청렴하고 해외에서 국가를 대표해 국가예산만을 쓰며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해온 엘리트집단이라는 인식을 가져온 국민들에겐 조금은 충격이다.
국가예산만을 쓰는 외무공무원들의 재산이 이권부서 공직자들을 제친 것은 확실히 국민들에게 여러 의문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교관이라고 돈을 불리지 말라는 법도 없고 「투기」아닌 정당한 「투자」활동에 눈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법도없다. 또 잦은 해외근무의 특성상 재산관리에 더 신경써야 남에게 뒤지지 않을 환경도 이해할만하다.
「투자」 시기가 적절해 많은 돈을 벌어 들인 경우도 있고,주식 등에 손대 손해를 본 경우 적지않다는게 해명에 나선 외무부측의 설명이다.
특히 다른 부처의 경우 1급이상 공직자가 5∼6명선인데 반해 외무부는 무려 1백37명이나 되는데다 이들의 평균 연령도 타부처에 비해 훨씬 높아 고액재산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설명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의 재산이 의외로 많고 특히 대부분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위에 랭크된 사람들중 상당수의 재산목록을 뜯어보면 도저히 「투자」라고 봐주기 힘든 구석이 있어 개운한 맛을 잃게 한다.
연고지가 아닌 곳에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않은 부동산 보유건수가 열군데가 넘는 사람들도 7명이나 된다.
54억3천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외무부 랭킹 1위에 오른 이승환 주그리스대사,34억2천만원을 신고해 4위에 랭크된 김정훈 주파키스탄대사 등은 그 좋은 예다.
이번 재산공개를 보고 외교관이 공관 경비를 축내고 있다거나 부동산 투기를 한다고 도매금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다만 외교관은 해외에서 나라의 얼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선의 방책이 정직」이라는 가치가 금가서는 안된다. 나라를 대표해 외국에 나가있는 대사가 국내에서 혹시나 부동산 투기혐의자로 몰린다면 모양새가 퍽 좋지 않다.
모든 외무공무원들은 이번 재산공개를 『나라 돈을 혹시 낭비하지 않았는 지』 『외교관의 품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은 없는 지』 등을 성찰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또 국민이 믿었던 엘리트집단에서 졸부의 흔적을 보는 것같은 느낌을 얻게 되지나 않았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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