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댐」조사 뒷짐진 민자의원(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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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건설부에 가선 질문 한마디 않고 잡담만
8월31일 오후. 「평화의 댐」 건설에 대한 국회 건설위의 문서검증이 실시된 과천의 건설부 청사 4층 대회의실에는 3개의 탁자에 서류들이 수북이 놓여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댐건설 관련회의」 「성금관계」 등 10개의 종이표지판으로 내용을 짐작케 하는 서류들은 99개의 서류철에 모두 1천6백85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중 여야 의원들은 제출을 요구한 자료들만도 86∼88년의 비밀문서 수발대장,안기부·청와대의 지시공문서 일체 등 1백여건이 넘는다.
이 많은 서류를 짧은 시간내에 일일이 검토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겠지만 댐건설에 쏠린 많은 의혹은 그만큼 여야의원들의 열성을 요구하고 있었다.
구자춘·이웅희(민자) 김봉호·김옥천(민주) 이자헌(국민)의원 등 건설부 문서검증반 의원 5명은 고병우 건설부장관의 인사말이 끝나자 바로 제출된 문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책상위에 쌓인 서류들을 들추면서 건설부 실무진에 이것저것 의문점을 묻기도 했다.
『비밀문서 수발대장의 820사업이 평화의 댐 건설을 의미하느냐』 『820사업관련 인원파견 지원 문서는 언제 파기했느냐』 『820사업 국방부대책 서류는 왜 보낸 그날로 파기했는가』….
그러나 이같은 질문은 민주당의 두 김 의원에게서만 나올뿐 민자·국민당 의원들은 뒷짐지기로 일관했다. 그러다보니 두 야당의원들의 자리에는 건설부 실무진이 모여 이것저것 설명하느라고 붐빈 반면 나머지 의원들은 혼자서 자료를 뒤적거렸다.
민주당의원들은 820사업관련 자료가 국방부에 있는지를 확인하기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 국방부 문서검증반으로 나가 있는 최재승의원에게 묻기도 했다. 자료를 검토한지 30분도 채 안돼 민자당의원 등 나머지 3명의 의원들은 조사장 한켠에 있는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나누었다.
이날은 몇시간뒤 감사원이 평화의 댐 건설에 관한 특감결과를 발표하기로 돼있어 각 부처의 조사활동이 전반적으로 맥빠진 분위기속에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명색이 국정조사인데 한마디의 질문도 않고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않는 민자당의 불성실한 자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안기부에 나간 한 야당의원도 『여당의원들이 빨리 끝내기를 바라고 있어 질문하기가 오히려 눈치가 보였다』고 털어 놓았다.
민자당이 마지못해 이번 국정조사에 이끌렸다고 해도 일단 국회차원의 조사가 진행되는만큼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적 의혹을 밝히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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