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평가제(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뉴 잉글랜드의 한 지방대학이었던 하버드대학이 오늘의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는데는 찰스 엘리어트라는 총장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고 한다. 그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친 근 40년의 긴 세월 동안 하버드대학 총장을 역임하면서 연구중심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자리잡게 했다.
그는 대학의 생명은 연구에 있고 연구성과에 따른 교수임용이 대학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그는 대학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모교출신중에서 대학교수를 선발하는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문적 근친상간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제자를 후임교수로 선발하는 것은 학문적 경쟁을 유발하지도 않고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는 이론을 창출하는 연구도 하지 못한채 도제간의 끈끈한 정으로 묶여지는 학연단체가 될뿐이라고 본 것이다. 지금도 하버드대학에는 모교출신의 교수가 11%를 넘지않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서울대의 경우 1천3백여 교수중 96.7%가 서울대 출신으로 되어있다.
대학교수의 연구수준을 향상시키는 두번째 제도적 장치로 교수평가제를 든다. 이 방법은 대학교수의 정년보장을 어떤방식으로 하느냐와 관계가 있다. 얼마나 연구를 했느냐는 평가에 따라 정년을 보장하는 미국식 테뉴어제도가 그것이다. 테뉴어를 얻기 전까지는 학생들이,동료교수가,또는 다른 대학의 교수까지 동원되어 그의 연구 성과와 수업방식을 조목조목 따진다.
이러니 다음 계약에서 낙방하지 않으려면 부단히 연구하고 가르칠 수밖에 없다. 정년보장을 받기까지 수많은 미국 교수들이 이혼당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의 22개 국공립대학 교수들은 그 90%가 이미 일찌감치 정년보장을 받아 놓고 있다. 이러니 한번 교수는 영원한 교수가 되고 모교출신의 선후배끼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의 흉을 덮고 서로의 공을 나눠 갖는 연구부재의 풍토가 성행한다는 말이 나돈다.
이제 이화여대가 교수강의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학생이 교수 강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관심을 모을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학의 새로운 연구풍토를 진작시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초점이 모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