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한의대생 유급사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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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9년 세종대 유급사태이후 최대의 유급파동이 8개 한의대에서 예상되고 있다. 3천명선에 이를 한의대생의 유급은 거의 확정된 상태이고 교육부의 방침도 이젠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에 온 것같다. 우리는 약사법 개정을 둘러싼 약사와 한의사간의 치열한 대립과 이에 가세한 한의대생들의 수업거부·전원유급이라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립되는 이익집단간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되묻게 된다.
어찌 보면 한의대생 유급사태는 기성사회의 집단이기주의가 만들어낸 희생의 결과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양약과 한약간의 싸움에서 아직은 어느 쪽에도 가세할 형편에 있지 않은,배우는 입장의 학생들이 현실 분쟁에 가세하면서 제어력을 잃은 무한정 수업거부로 치달았다고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순수성이 기성사회의 분쟁에 휘말려들어 결국은 이들만이 속죄양이 된 결과를 낳게된 것이다. 만약 한의사편은 한의대생이 들고,약사편은 약대생들이 들었다면 이 사회는 무슨 꼴이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결국이 들 대학생들의 수업거부는 거대한 사회압력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었고 기성세대인 한의사쪽에선 이를 이용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일에 대학생들이 뛰어들어 그들만이 피해를 보았다는데 대한 기성인들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대립되는 이익집단간의 계쟁점을 풀기위해선 두 집단간의 대화와 토론,그 다음 법개정이라는 민주적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끈질긴 인내가 필요하다. 이를 기다리지 않고 화끈하게 밀고 나가려는 우리의 잘못된 관행 탓에 이익집단간의 분쟁은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한채 쌍방간의 피를 보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의대생들의 무한정 수업거부는 한의사쪽에서 간곡히 말려야 했다. 기성세대의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학생들은 수업에만 전념하라는 선배들의 간곡한 제안과 부탁이 있었던들 전원유급이라는 최악의 사태에까지 왔을까를 생각해 본다. 오히려 자신들의 역부족을 젊은 대학생들의 수업거부에 가탁해보려는 의사는 없었는지를 반성해볼 일이다.
더이상 법을 무시해가면서까지 한의대생들의 수업거부를 옹호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한의대생들의 무한정 수업거부는 제재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의 주장과 호소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고 본다면,교육부로선 이들 유급사태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길 권하고 싶다.
예컨대 내년도 한의학과 신입생을 한명도 뽑지 못한다고 할때 생겨나는 한의사 인력배출의 불균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유급숫자를 최소화하는 방안 등의 문제가 다시금 재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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