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들의 입장 표명(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는 감사원과 두 전직대통령 사이에 자존심 또는 오기의 다툼처럼 느껴지는 요소가 더이상 없기를 바란다. 한쪽은 「성역없는 감자」를 내세워 반드시 조사를 관철해야 겠다고 나서고,다른 쪽은 전직 대통령임을 내세워 조사를 못받겠다고 버티는 이런 양상은 나라발전이라는 국민정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율곡사업과 평화의 댐 문제에 관한 감사원의 질의서에 대해 마침내 두 전직대통령의 입장이 표명되었다. 이들은 감사원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는 형식이 아니라 국민에 대해 문제를 해명하는 형식을 취했다. 말하자면 형식적으로는 감사원의 조사에 불응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답변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두 전직대통령의 이런 선택에는 역시 전직대통령이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자존심과 체통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또 대통령의 정책결정이 감사대상이 될 수 있느냐의 법률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우리로서는 이들의 해명내용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입장에 있지 않다. 이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논리대로 당시의 수공위협 및 평화의 댐 필요성과 전투기 기종변경의 당위성을 설명했을 뿐이다.
이들의 설명 뒤에 어떤 숨겨진 의혹이나 비리의 혐의가 있는지는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감사해온 감사원이 파악하고 판단할 일이다. 말하자면 공은 다시 감사원으로 넘어간 셈이다. 감사원이 이런 대국민 해명을 답변거부로 보느냐,사실상의 답변으로 보느냐의 형식문제와 그 내용에 만족하느냐,재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느냐가 남은 문제인 것이다. 감사원은 그동안 답변거부의 경우 고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었다.
우리는 감사원의 다음 조처를 주목하면서 대국민 해명이 답변이냐 아니냐의 형식문제로 파문이 확대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가뜩이나 전직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도로 별로 아름답지 못한 선례를 만드는 판에 다시 공식답변서가 아니라 하여 고발하는 사태까지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대통령의 정책결정이 감사대상이 되느냐의 문제는 아직도 법률적으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터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직무행위는 그것이 통치행위든 아니든 정치적 책임의 대상이 되어야지 감사대상에까지 이르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어떤 정책결정에도 과오는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율곡사업과 평화의 댐 감사에서는 결국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조사필요성이 제기되고,질의서가 보내지는 불행한 사태로 갔다.
의혹을 규명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은 전직대통령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볼썽사납고 불행한 일을 너무 오래 끌어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조속히 마무리되는 방향으로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