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경제전쟁과 야당단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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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로 유명한 英國 역사학자 폴 케네디교수가 지난 23일 獨逸 시사주간 슈피겔誌와의 회견에서 韓國을 『21세기를 가장 잘 준비하고 있는 나라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높은 교육수준.연구개발투자.신기술에 대한 관심등을 21세기에 대한 준비의 예로 들면서 현재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스위스.한국.日本등이며 美國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방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한 전망을 주제로 한 이 회견기사는 독일 언론중에서도 특히 한국관련기사에 인색한 슈피겔誌에서지난 3년여동안 기자가 읽은 기사중 가장「마음에 드는」 기사였다.케네디교수 일개인의 생각이라해도 흐뭇하기는 마찬 가지였다.
그러나 바로 그날 서울에서 날아온 소식은 우리가 이러한 칭찬을 듣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는 엄연한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명실공히 제1야당인 民主黨이 京釜고속철도 반대「투쟁」을 결의했다는 소식이었다.막대한 예산이 드는 京釜고속철도 건설은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지역간 위화감 조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신 서해안고속도로와 서울.부산의 지하철망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 반대이유였다.
물론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지역간 위화감 해소도 중요하고 고속도로신설과 대도시 지하철망 확충도 필요하다.따라서 民主黨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그러나 京釜軸에 우리나라 인구의 54%,국내총생산의 74%,제조업체의 84%가 몰려있다는 사 실을 감안하면 고속철도 반대「투쟁」의 명분은 약해진다.
눈을 조금만 밖으로 돌려 다른 나라들은 다음 세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살펴보자.
현재 우리보다 여건이 훨씬 좋은 선진 각국도 사회기반시설투자를 확대,21세기「經濟戰」에 대비하고 있다.고속철도만 예로 든다면 독일이 현재의 1천㎞ 에서 2010년까지 3천2백㎞로,프랑스가 1천㎞에서 5천㎞로 늘리는등 유럽전체가 2015년까지 모두 3만㎞의 고속철도망을 구축하게 된다.
우리 정치권도 이젠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정도는 신경쓸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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