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美언론인의 명예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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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美國 백악관 법률고문이자 빌 클린턴 대통령의 竹馬故友인 빈센트 훠스터가 지난달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은 여러 면에서 워싱턴정가에 충격을 남겼다.
그는 백악관에서 인사를 책임진 사람으로 자신이 추천한 인물들이 의회 인준을 앞두고 하자가 드러나 여러차례 중도하차하게 되자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특별한 하자도 없는 백악관 여행담당팀을 갑자기 해고함으로써 언론의 집중적인 공 격을 받았다. 그는『워싱턴이라는 곳은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을 스포츠로생각하는 도시』,『백악관기자단이 백악관 여행 담당자들로부터 받아왔던 불법적인 혜택을 감추고 있다』는 메모를 남겨 언론인이 자신의 부패를 감추기 위해 백악관 여행담당자를 싸 고돈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그의 쪽지로 인해 美연방수사국(FBI)은 백악관 기자단이 어떤 음성적인 혜택을 누리는가 은밀히 조사하게 됐다.
백악관기자단의 경우 대통령이 전용기로 움직일 때 별도의 전세기로 동행하게 되는데 이때 기자들은 전세기 임대료는 물론 호텔기자실등의 경비를 모두 균등하게 분담하게 된다.
기자가 91년 부시의 모스크바 방문때 3박4일 동행했을때 경비가 6천여달러였으며 최근 클린턴의 韓國방문때 경비는 1만1천여달러였다.백악관기자단 일행으로 여행할 경우 경비가 개인적으로여행할 때보다 무려 5~6배 더 든다.
FBI의 수사결과는 지금까지 백악관기자단이 금전적인 혜택을 본 것은 하나도 없었으며 단지 미국으로 입국할 때 세관검사를 받지 않는 특혜를 누렸다는 것이다.
美관세청 대변인은『기자들이 밀수를 해 오리라고는 믿지 않는다.그들은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이유를설명했다.미국정부의 인사나 국민들이 미국 언론인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에 대한 좋은 단서다.
이러한 언론인에 대한 미국민의 신뢰는 언론인 스스로의 몸가짐에서 비롯된다.
몇년전 워싱턴의 한국대사관의 한 간부가 연말때 우리식대로 연말에 워싱턴의 몇몇 언론인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보냈다.
며칠뒤 그 간부는 기자들로부터『언론인은 직무와 관련해 선물을받을 수 없게 돼있기 때문에 이를 돌려주겠다』,『선물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우시설에 기증하겠다』는 등의 전화를 받았다.
과연 한국 국민들은 우리 언론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 것인가.
많은 한국의 언론인들이 과거 정권과 밀착해 특혜를 누렸으며 언론은 기득권층의 일원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만연한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특히 최근에는 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되면서 언론인들에 대해『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국민 의 따가운 시선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론에 종사했던 고위당국자가 언론계시절 몇10억의 재산을 모은 것이 재산공개에서 드러나고 일부 언론인은 이를 의식해 재산공개를 적극 반대한다는 소문도 들리니 한국 언론인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업보인지 모른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자신을 포함한 언론인 스스로가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실천하려는 뼈아픈 노력이 없이는 한국 언론은항상 정권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기관으로 매도돼도 할말이 없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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