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크라지첵-대포알 서브 테니스계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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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m94㎝ 큰 키에서 내리꽂는 시속 2백11㎞의 강 서브는 상대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테니스 선수 중 가장 빠른 서브를 기록한 리하르트 크라지첵 (21·네덜란드)은 대포알 같은 강 서브를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는 선수다.
91년 읨블던 대회에서 시속 2백14㎞의 서브를 기록한 스위스의 마르크 로제가 지금까지 크라지첵보다 빠른 서브를 구사한 유일한 선수다.
지난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볼보 챔피언십 대회에서 크라지첵은 세계 1위이자 읨블던 챔피언인 피트 샘프라스와 마이클창 (이상 미국)을 연파하고 대회 2연패를 이루면서 자신의 랭킹을 8위까지 끌어올렸다.
이 경기를 지켜본 왕년의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는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훌륭한 서브』라고 극찬했다.
축구 열기로 가득 찬 네덜란드에서 테니스 선수가 세계 10위안에 진입한 것은 75년 톰 오커 이후 18년만에 처음. 그러나 크라지첵의 부모는 체코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는 68년 소련이 체코를 침공하자 가족들을 이끌고 탈출했으며 스웨덴으로 가던 도중 암스테르담의 친구를 찾아갔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크라지첵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나무 신을 신고 테니스코트에 나서야했다.
지금도 별로 웃지 않는 크라지첵은 여덟살 때 자신보다 일곱 살이나 위인 누나에게 진 것을 「지금까지 테니스 생활 중 가장 치욕적인 일」로 생각할 정도로 승부 근성이 대단하다.
크라지첵은 원래 베이스라인에 서서 끈질기게 볼을 받아내는 수비 위주의 선수였다.
그러나 16세 되던 해 갑자기 키가 크기 시작, 2년 새 무려 25㎝이상 자랐다. 그때부터 크라지첵은 큰 키를 이용한 강서브를 넣고 네트로 대시하는 공격적인 선수로 탈바꿈하면서 세계 테니스계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젠 돈도 많이 벌게 된 크라지첵은 대부분의 테니스선수가 그러하듯 세금을 피해 모나코로 옮길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있다.【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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