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대주의 자존심 먹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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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앙일보 3일자(미지 4일) 스포츠 난에서「외국인심판 영입검토」기사를 읽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이것이 판정시비를 없애기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착안이라니 슬프기조차 하다.
미국LA에 본부를 둔 재미조기축구연합회(회장 유미웅)는 매년 7∼8번 이상 교민들의 최대운동경기 잔치인 축구대회를 주최·주관해 오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외국인 심판을 기용해 오다가 작년 말 연합회 회장단회의에서 전원 한국인 심판으로 교체하기로 결의했고 경기 중 불상사는 전적으로 각 지역 담당회장의 자질문제에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때 필자는「한국인심판 이용안」을 제안하면서『평상시 우리보다 국민 수준(?)이 낮다고 말하는 흑인·남미·스페니시 계통의 사람들도 같은 동족이 심판을 보는 축구경기에 별다른 항의 없이 순조롭게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외국인 심판을 이용하면 조용하고 한국인 심판의 판정은 시끄럽고 하는 것은 축구인의 정신적 자세결여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어 한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사대주의적인 악습의 결과다』고 혹평했었다.
우리가 운동을 하는 것은 육체적 뛰어남만 얻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수양을 닦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다.
번번이 이런 수치감을 갖게 하는 것은 반만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 망하는 우리 민족이 느껴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박규현<미국 la노스리지 거주·밸리 조기축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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