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삼성/불량 생기면 생산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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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원인력 절반이상을 생산… 영업에 재배치/회의는 반드시 녹음… 임원도 현장서 활동
삼성그룹의 개혁과 변신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개혁」이 아닌 「개선」이다.
그러나 삼성의 「개선」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역시 「개혁적」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직접 불러일으킨 개혁의 물결은 지난달 프랑크푸르트 회의를 계기로 시간이 흐를수록 영향권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의 개혁은 앞으로 2∼3년내에 21세기를 향한 준비를 끝마치지 않으면 영원히 세계 초일류기업이 될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시동을 건 것이다.
이 회장이 계열사 간부들에게 해외 주력시장에서 우리상품의 현주소를 파악하도록 하고(LA회의),진정한 국가경쟁력과 세계 초일류상품은 과연 어떤 것인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한 것(동경회의)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그룹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서 아무도 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내부 문제를 넓게 지적한 일본인 고문 후쿠다씨의 보고서와 불량 생산라인의 현장을 생생히 드러낸 사내방송이 이 회장으로 하여금 개선 드러이브를 걸게한 것이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생각·관행으로는 안되겠다.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고단위처방을 내놓았다. 그는 양위주에서 질위주로 경영방향을 완전히 바꾸토록 주문했으며 『우선 나부터 바꾸고 임원들도 생각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위로부터의 개혁을 역설했다.
또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제화·복합화가 필요하고,도로·항만·교육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지난 한달 보름 동안 부장급 실무자를 포함해 모두 1천8백여명을 해외로 불러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보통 5∼6시간,때로는 밤낮을 가지리 않고 12시간 이상 계속 강연을 하는 초인적인 의지를 보여주었다.
회의결과는 곧 그룹 전체에 폭넓은 자기 변신의 노력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질 경영」을 위해 라인스톱제(불량품이 생기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생산 중단)가 도입됐고 근무시간도 파격적으로 오전 7시 출근,오후 4시퇴근으로 바뀌었다.
임원들은 1주일에 4일씩 현장에 나가 직접 일을 챙기고,모든 회의는 서류 대신 녹음기로 기록되고 있다. 이밖에 곧 간접인력의 절반 이상이 생산·영업 등 직접 부문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룹측은 이번에 강조된 복합화를 위해 삼성본관 지하의 넓은 공간에 사원전용의 운동 및 휴식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본관 바로 옆에 신축중인 중앙산업빌딩은 절반 이상을 임직원용 아파트로 쓰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며,곧 사장단회의 등을 통해 그룹 및 계열사별로 더욱 다양한 개혁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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