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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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입 수학능력 시험에 논리적 사고력을 가늠하는 문제가 출제된다는 당국의 발표에 따라 이 분야 책들은 베스트셀러로 급부상 했고 지금도 계속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20여종이 나와있는 이 분야 책들은 대부분 아동용 우화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거나 논리학의 체계와 개념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정도여서 실제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뿐만 아니라 이들 책 가운데에는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편향성을 갖고 있거나 비전문가에 의해 쓰여져 상당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까지 있어 아쉬움과 걱정을 함께 낳고 있다.
논리학습서적의 대표 주자는 지난 연말에 처음 출간되기 시작한『논리야…』시리즈다.
아동문학가 위기철씨가 쓴『반갑다 논리야』『논리야 놀자』『고맙다 논리야』등 3권의 책은 올 상반기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90만부에 이르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사계절에서 나온 이 책은 국민학생에게 논리를 설명하는 아동서적으로 출간됐으며 우화를 통해 논리의 의미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것은 중국 연변 인민출판사 사장을 지낸 김득순씨가 펴낸『이야기 속의 논리학』(새날간)이다.
새날 출판사에서는 지난해 4월 출간된 이 책의 후속타로 이번 달에 같은 저자의『논리학문답』『이야기 속의 철학』을 내놓았으며 곧『논리와 궤변』도 펴낼 예정이다.
그러나 이 책은 논리와 철학을 마르크시즘의 유물 변증법에 입각해 서술하는 등 편향성이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이야기 속의 철학』은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변증법을 치켜세운 다음『문제의 한쪽만을 보는 것이 형이상학적 사유방법』이라고 단정하고있다. 또한『관념론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세계를 부정한다』고 서술하는 등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장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지양사에서 나온『재미있고 알기 쉬운 논리』는 논리학의 중요 개념이나 원리를 서술하면서 기본 개념에 대해 오해의 여지가 있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은『뿔을 잡는다』는 논리학 용어를 단순치 예절과 상식의 이치에 따라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인 것처럼 묘사하는 부정확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뿔을 잡는다』는 용어는 하나의 전제에 두개의 결론이 가능할 때 상대방이 자선에게 유리한 쪽의 결론만 뽑아 주장하는 것을 같은 방법으로 논박하는 기법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울대 철학과 황경식 교수는 이와 관련,『「반갑다…」시리즈나「이야기 속의 논리학」등은 동화와 우화를 억지로 논리학 개념에 끼워 맞춘 부분이 많으며 비전문가에 의해 쓰여져 오류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기존의 책들이 개념·판단·추론 등의 요소 개념으로 설명하는 형식논리학의 서술에만 따르고 있어 획일적 논리관을 청소년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상당한 적합성만 있으면 논증을 인정하는 비형식 논리학을 도입하면서 실제 일상생활의 중요문제들을 논증하는 실제적인 방식을 취해야 실제 논리적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학계가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저술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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