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 정부·기업·가계 「고통 분담」 절실"|정재룡 기획원 물가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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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제 5단체의 공산품 가격 동결 선언 등으로 「고통 분담」 분위기가 조성돼 있고 집 값 등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앞으로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난해 폭락했던 농산물 값이 올해 상대적으로 오르는 해거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걱정입니다.』
경제기획원 정재룡 물가정책국장은 요즘 장바구니를 든 가정주부 이상으로 농산물 가격의 등락을 애타게 지켜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소비자 물가가 이미 4·2%나 상승, 정부의 목표치 (5%)를 육박하고 있는 데다 새 정부의 신 경제 5개년 계획의 성공도 물가 안정이 전제되지 않고는 달성이 힘들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86∼88년의 3저 호황도 물가 안정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습니다. 물가를 잡지 않고서는 수출과 성장 목표를 이룰 수 없으며 따라서 신 정부 경제 정책의 우선 과제도 물가 안정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 운용 중 물가처럼 문제를 지닌 것도 드물다.
정부의 물가 정책은 그동안 연말 목표치를 미리 정해 이를 달성하는 데만 주력해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이를 현실화하지 않고 묶어둔 결과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이월되는 현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물가만큼 경제 활동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없는데도 「행정 통제식」 지수 관리에만 매달려 물가 구조의 왜곡만을 심화시켜온 셈이다.
『물가는 정부만이 잡을 수는 없습니다.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기업은 생산 코스트를 낮추고 가계는 씀씀이를 건전하게 하는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제의 새출발을 위해 올해 「기업의 공산품 값 동결」 「공무원의 임금 동결」 등 고통 분담을 내세운 정부로서는 어쨌든 물가 안정만은 꼭 국민들에게 달성해 내보여야할 과제다.
정 국장에게는 왜곡된 물가 구조의 시정도 그렇지만, 이를 지켜야할 책무도 주어진 셈이다.
그래서 사무관·서기관 시절 물가 정책국만을 두루 거쳐 물가 통으로 불리는 그가 물가 안정의 「실무 책임」을 잘 수행해 낼지가 더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글 길진현 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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