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중재 파국 일단모면/파키스탄정국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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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야 대규모시위 계획하자 군개입… 평화해결 길터
굴람 이샤크 칸 파키스탄 대통령과 나와즈 샤리프총리의 동시사임은 파키스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군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들이 압둘 와히드 육군 참모총장의 중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군사통치복귀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25년동안 군의 통치를 받았었다.
이샤크 칸 대통령과 샤리프 총리의 정치적 반목,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를 주축으로 한 샤리프총리 사임욕구로 지난 5개월간 계속된 정치혼란에서도 파키스탄은 과거와 달리 중립입장을 지켜왔었다. 그러나 최근 야당세력들이 대규모 시위를 계획,정치혼란이 가중되자 군이 공개적으로 이샤크 칸과 샤리프의 반목에 중재역할을 하고 나서 정국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나와즈 샤리프의 사임과 조기총선을 고집했던 부토는 『파키스탄 국민들이 모처럼 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10월중 총선을 하게 된다.
이샤크 칸 대통령과 샤리프 총리의 권력투쟁은 지난 2월 샤리프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축소를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샤리프총리는 특히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박탈을 주장했다.
이에대해 이샤크 칸 대통령은 샤리프를 부정부패 혐의와 무능을 이유로 해임하고 의회를 해산,자신에 대한 도전에 강압적인 방법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대법원이 이샤크 칸 대통령의 샤리프 총리 해임을 헌법적 권리를 뛰어 넘는 것이라고 판결,샤리프는 총리에 복귀했다.
이샤크 칸 대통령에 의해 지난 90년 8월 부정부패 이유로 해임했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샤리프 사임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파키스탄 정국은 계속 혼미를 거듭해왔다. 이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투쟁에 중립을 강조했던 군이 부토에게 시위축소를 요구함과 동시에 대통령과 총리와 연속회담을 가지는 등 공개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섬으로써 파키스탄은 다시 군에 의한 평화적 정국해결의 길을 찾게 됐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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