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기 풀릴 날만 기다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통행인은 이전보다 2~3배나 많아졌어요. 매출액도 조금은 늘었지요."

대구시 중구 대현프리몰(중앙지하상가)의 L가게 주인 이교식(49)씨의 표정은 이전보다 다소 밝아 보였다.

구두점을 운영하는 그는 3개월 전만 해도 "지하철 참사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올해 장사를 망쳤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씨는 "하루 1~2명 정도이던 손님이 요즘은 10명 안팎으로 늘었다"면서도 "매출액은 여전히 참사 이전의 절반 수준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중심 상권인 중구 지하철 중앙로역 일대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인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이 일대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10개월동안 폐쇄됐던 중앙로역이 지난달 31일 다시 열리면서 하루 3만5천여명의 승객이 오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후 6시 프리몰. 지하철 화재참사로 직격탄을 맞았던 이 일대에는 휴일 나들이객이 넘쳤다. 동성로는 행인의 어깨가 부딪힐 정도였다. 지하상가에도 가족 나들이객과 젊은이들이 줄을 이었다. 쇼핑 봉투를 손에 든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액자점포를 찾은 50대 주부는 "날씨가 따뜻해 도심에 나왔다가 집에 걸어둘 2만원짜리 조그만 그림을 샀다"며 밝게 웃었다.

M카페에는 30여명의 손님이 주스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의류.화장품.속옷.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점포에도 손님들이 들락거려 썰렁했던 이전의 모습과는 달랐다. 문제는 경기가 나쁜 탓에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L포토샵 주인 사공주(33)씨는 "불황 때문에 손님이 지갑을 쉽게 열진 않지만 상가를 오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동성로 일대 분식점 등에도 학생과 20대 손님이 부쩍 늘어났다.

카세트 테이프를 판매하는 20대 노점상은 "하루 수입이 50만원 정도는 돼야 하는데 20만원 남짓"이라며 "봄이 되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제 경기만 좀 풀리면 되겠는데…." 동성로 일대 상인들의 바람처럼 도심이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 지상·지하에 5천여 점포

◆ 동성로상권=중구 동성로와 남일동 일대의 지상.지하 상가로 이루어진 상권. 상인들은 점포수가 5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극장.의류.음식점.액세서리 점포 등이 밀집해 지하철1호선 중앙로역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주 고객이다.

상인들은 지난해 2월 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중앙로역이 폐쇄되면서 점포마다 매출액이 50% 이상 감소해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