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우리정부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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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측 입장 너무 강하다” 낙관론 한발후퇴/「북한대표­정부조율」에 영향줄까 조바심
2차 제네바회담이 끝난 뒤 정부의 반응은 더 신중해졌다.
1차 회담 직후 『2차 회담에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신중한 낙관론을 폈던 정부는 2차 회담직후 『양측의 입장이 워낙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발짝 후퇴했다.
당초 예상대로 회담에 임하는 북한·미국 양국의 시각차가 뚜렷했다는 게 외무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즉 북한은 사찰에 대한 확약을 해주지 않은채 사찰수락 가능성만 암시하면서 협상횟수를 자꾸 늘려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있어 확실한 언질을 끌어내려 하는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사찰을 받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야 관계개선이라는 당근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문제와 관련,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합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다만 북한이 사찰재개를 위한 핵안전협정 이행문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제네바회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외무부 당국자는 『제네바회담의 성격이 핵사찰 문제에 대한 완전한 타결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북한의 입장이 있는 만큼 사찰문제에 대한 기초를 마련하면 된다는 게 미국측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번 뉴욕회담에서 북한이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다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유보라는 카드를 내놓았듯 이번에도 가능한한 시간을 끌다 어떤 조건을 달면서 핵사찰 수용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무부 관계자들은 『2차 회담 분위기가 1차 회담과 비슷했다』고 말하며 사찰문제의 가닥이 잡혀가는 방향으로 제네바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들지 않았다.
당초 16일 회담에서 담판을 지으려 했으나 또 한차례 회담을 열기로 잠정 합의한 것만 봐도 1,2차 회담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19일로 예상되는 다음 회담은 지금까지 논의했거나 합의한 내용들을 최종 검토,발표하기 위한 정지작업 성격을 띨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면 미국은 당초 16일로 북한 핵문제를 담판지으려 했다가 왜 또 한차례 회담을 더 갖기로 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난관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무부측은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져 북한측이 본국 정부와 협의할 시간을 갖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핵사찰 문제에 대해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과거처럼 IAEA의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만 거론하면서 시간끌기를 했다면 미국은 더이상 회담을 갖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현재 정부는 마지막 회담을 앞두고 북한대표들이 본국 정부와 대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의 얘기들이 나가면 문제해결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보고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무튼 제네바회담의 성공여부는 19일 회담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정부내에 「신중한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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