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산조명인 박귀희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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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요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제23호)인 박귀희씨가 14일 오후7시 서울운니동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72세.
박씨는 가야금과 판소리대가로 단아하고 우아한 우리 가락과 깊은 한이 서린 소리를 지켜온 국악계거목이었다.
1921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난 박씨는 어려서부터 국악에 관심을 보이다 보통학교졸업 후 명창이화중선이 이끄는 대동가극단에 들어가면서 우리소리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었다.
박씨는 서편제의 박동실, 동편제의 유성준 등 기라성 같은 명창들의 문하에서 판소리를 배웠으며 일찍이 천재성을 인정받아 해방 전부터 국악계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19세 때 한양창극단에 들어간 박씨는 곧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에 최고의 경지를 보여 69년엔 정부로부터 가야금 병창 인간문화재로 지정 받았다.
박씨는 후진양성에도 남달리 힘을 쏟아 김소희·박녹주씨 등과 함께 60년 국악민속예술학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84년 국악예술고등학교로 발전해 국립국악고와 함께 미래의 국악인을 키우는 양대 교육기관이 됐다.
박씨는 특히 종로의 운당여관(89년 국악예고 발전을 위해 처분)에서 40여년간 「풍류 가인들의 사랑방」을 이끌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지가 굵고 꽉 찬 소리와 빼어난 너름새(연기)가 일품인 박씨는 70년대 외국 순회공연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날렸고 89년엔 국악 발전을 이룬 공로로 국민훈장모란장을 받았다.
영결식은 17일 오전11시 국악예술고등학교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도여주군 남한강 공원묘지. (766)2737.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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