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비싸도 「비지떡」일 수 있다|김용준교수 소비재 가격-품질 통계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국내시장에서 싼 것은 과연 비지떡인가.
최근 성균관대 김용준교수(경영학과)팀 연구에 따르면 제품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30만원이상의 값비싼 소비재는 값이 비싸다고 해서 품질도 그만큼 높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품질정보를 잘 활용해 현명하게 물건을 사는 소비자는 무턱대고 고가품을 사는 일부 부유층에 비해 약13%의 구매비용을 절약하면서도 최고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김교수팀이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88∼93년 펴낸 잡지 『소비자시대』의 상품비교 테스트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 품질과 가격의 상관관계를 통계학적으로 분석, 최근 『소비자학연구』지(한국소비자학회 발행)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왔다.
이에 따르면 값과 품질의 상관관계는 자동차라디오가 가장 높으며(등간상관계수 0.955), 카메라·스테인리스-유리 보온병·전기주전자·카셋라디오·선풍기·16인치 컬러TV·오리털이불·주방용세제·전기 주서등도 높은 편이었다. 말하자면 이들 제품은 비싼 것이 비교적 품질도 좋은 셈이다.
이에 비해 값과 품질의 상관관계가 가장 낮은 제품은 전자레인지 2백ℓ짜리 냉장고·보온밥솥·농후발효유·싱크대·청소기·아이스박스·스테인리스 보온도시락·스타킹·20인치 컬러TV등도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다
이 분석에서 전제된 소비자의 구입방식은 세 가지.
첫째, 부유층은 제일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항상 최고 가격의 품목만을 구입한다.
둘째,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최저가격의 품목만 구입한다.
셋째, 현명한 사람들은 품질정보를 완전치 알고 항상 제일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입한다.
이 같은 구입패턴에 따라 총57개 제품군을 살 경우 「지불하는 돈」과 「품질 평가치」(최고품질의 제품구입시를 100으로 할 때)는 각각 ▲부유층 7백84만여원(93) ▲가난한 사람 5백35만여원(89) ▲현명한 사람 6백83만여원(100)이 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의 구입패턴을 따르면 가장 좋은 품질의 제품을 1백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으며, 이는 부유층에 비해 약 13%의 비용절감 효과를 내는 것이다.
김교수팀은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품질의 완전한 지표가 아니다 ▲뚜렷한 경쟁사제품간 값 차이가 큰 경우 싼 게 비지떡이다 ▲품질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면 복지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등을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