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연방」 붕괴위기/「연해주 자치공」선언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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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구·경제력 비해 불이익 많다” 불만/다른 공화국 뒤따를땐 대혼란 우려
러시아연방의 통치구조인 연방체제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출신지역인 스베르들로프스크지역이 옐친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우랄공화국」으로 자치공화국을 표방하고 나선데 이어 8일에는 연해주 지방이 다시 「연해주 자치공화국」으로 지위를 격상시키는 선언을 했다. 또 모스크바부근 보로그다지역도 조만간 공화국으로 지취를 격상시킬 것이라고 밝혀 러시아연방을 구성하는 자치공화국·자치지역·주·지구 등 조직 전체가 해체 또는 혼란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구 소련 해체의 전조였던 중앙정부와 지방행정단위간 마찰의 서막처럼 보이는 이같은 사태는 자칫하면 러시아 연방 구조와해는 물론 이로인한 엄청난 혼란과 경제적 손실 우려도 높다.
특히 이들 지역이 모두 주민투표나 주민들의 직접적인 의사를 청취하는 방식을 취한 다음 자치공화국 선언(일부는 의회에서 결정한 자치공화국 선언을 추인할 국민투표 실시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지역이기주의에 의해 분출된 주민의사를 모스크바의 압력으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테르팍스통신 등 러시아 주요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해주지방의 경우 블라디보스트크에 주둔중인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군인들까지 8일 현지 의회가 선언한 자치공화국으로의 지위변경 결정을 지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역단위들의 자치공화국 결정선언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며,이는 이미 경제·정치적으로 상당한 주권을 확보한 타타르 등 다른 21개 자치공화국들을 자극해 이들이 연방정부에 주권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타타르·바슈키르 등 일부 자치공화국은 자신들과 러시아연방의 관계가 법앞에 동등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새 헌법안에 조인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는 옐친 대통령이 시도하고 있는 「의회 아닌 각 지역대표로 구성된 제헌회의의 동의를 통한 신헌법 채택이라는 전략」을 실패로 몰고갈 가능성이 있어 러시아 정치혼란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치지역·주·지역이 자치공화국 선언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경제력·정치적인 중요성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도 불구,행정구분상 낮게 구분돼 있어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옐친 대통령과 의회의 정치투쟁이 격화되면서 양측 모두 정치적인 입지강화를 노려 자치공화국들에 보다 많은 권리를 부여해주는 등 행태를 보여 다른 지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시베리아 19개 지역들이 「시베리아 협정」이라는 단일한 정치공동체를 구성,연방정부에 보다 많은 경제자유와 행정자치를 요구하며 조세징수를 거부하는 등 저항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또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68개 지역주체들이 모두 저마다의 입장을 강조해 경제자율의 확대,조세징수권 확보,연방분담금 배분때 자신들의 의견반영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8일 세르게이 샤흐라이 부총리가 긴급히 시베리아협정 대표들과 회담을 시도하는 한편 우랄공화국 결성 주체와 연해주 자치공화국 선언주체들을 모스크바로 불러 이들을 해임시킬 준비를 갖추는 등 법석을 떨고 있으나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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