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건전 프로 육성 발등의 불|시민단체 TV끄기 운동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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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TV저질 프로에 대한 개혁작업에 시민들이 나섰다.
서울YMCA등 40여개 시민단체들은 7일 하루동안 전국적으로 저질프로그램 추방을 위한「TV를 끕시다」 캠페인을 벌이고 문제점들이 개선될 때까지 지속적인 항의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대책회의가 주도한 이날 TV끄기 운동은 그 동안 수동적 소비자였던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서 방송국의 편성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이 같은 시민운동은 지난 1일 한국방송개발원이 주최한 한 세미나에 오린환 공보처장관이 저질방송에 대해 강력치 경고한 후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태로 평가된다. 이날 오 공보처장관은 여느 세미나와는 달리 3대 방송사 사장을 비롯, 방송유관단체장들이 거의 참석하고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까지 함께 한 자리에서 『문민시대에 들어 방송이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전제하고 『방송이 앞으로 시민운동단체들이나 일반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닥칠지도 모른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강도 높게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오 장관이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7일 있었던 TV끄기 운동은 정부와 시민이 함께 나선 저질방송 추방운동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결국 SBS·TV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방송사에도 급속히 파급된 대중 취향적 프로그램 제작은 일정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S와 MBC는 새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시청률 경쟁을 선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시청률 경쟁에 대해서도 오 장관은 『공영방송 일부에선 「보지 않는 방송은 필요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시청률 우선 주의를 비난했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KBS는 사장지시로 최근 복장불량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시키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홍두표 사장은 연예오락 PD들에게 타 방송사와의 경쟁의식을 갖지 말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도 쇼·코미디 등 담당PD 40여명이 6일 긴급회의를 열고 「건전한 프로그램 만들기」를 결의했다.
이 회의에서 PD들은 여섯 가지 실전제작지침을 작성하고 이를 앞장서서 지키기로 했다. SBS도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순화방안을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방송개발원 프로그램연구실이 TV끄기 운동이 벌어진 7일 오후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서울시민 1백8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운동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가운데 50.3%는 이 운동이 『바람직한 것이었다』고 대답했다.
결국 시민들과 정부의 이러한 시각이 확인되고 행동으로 나선 이상 앞으로 시청률보다는 공 개념을 강조한 방향으로 프로그램 내용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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