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인하 합의/「UR 연내타결」에 호재될듯/G7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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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장접근분야 상당한 「구체성과」/개도국 상응한 개방여부가 변수
지난 7일 끝난 미국·유럽공동체(EC)·일본·캐나다 4극 통상회담에서 공업제품의 관세인하 등 시장접근 분야에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를 계기로 곧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루과이라운드(UR) 교섭이 열릴 예정이므로 연내 UR타결에 대한 기대가 한결 높아졌다.
동경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 참가국중 프랑스를 제외한 각국은 모두 4극 통상회담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 국가 정상들은 UR에 회의적인 국내 산업계에 교섭성과를 강조할 명분을 얻는 한편 시장접근 분야에 상당한 합의를 이룸으로써 G7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번 4극 통상회담에서 참가 각국은 의약품·건설기계·의료기기·철강·맥주·가구·농업기계·증류주 등 8개 품목의 상호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이들은 섬유·트럭·도자기·피혁의 경우 각각 관세를 50%씩 내리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전자제품·종이·펄프·임산물·비철금속 등에 관해서도 각각 관세를 33%씩 인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금융시장을 대폭 개방하고 전기통신분야는 UR타결후 새 협정하에서 자유화를 지향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같은 합의는 분명히 시장접근분야와 농업분야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어온 UR타결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UR협상은 각국 산업계의 자국시장 개방에 대한 심한 저항으로 난관에 부닥쳐 타결을 보지 못했다.
선진 각국은 교섭에 상호양보라는 성과가 없을 경우 국내업계의 반발때문에 UR타결에 적극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4극 통상회담은 부분적이나마 시장접근 분야에서 구체적인 관세인하내지 철폐품목을 명시함으로써 각국 정부가 국내산업체를 무마할 명분을 상당히 갖게됐다.
특히 EC의 경우 상호관세를 철폐키로 한 8개 품목중 7개분야에서 수출하는 입장에 서게 돼 얻은 것이 많다.
섬유분야에서 관세인하에 난색을 표해온 미국은 관세인하에 동의한 뒤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사상최고의 관세인하다. UR타결의 돌파구가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섬유관세 인하에 양보하는 대신 전자제품 관세인하 협상 테이블에 EC를 앉히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시장접근 분야에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으나 현안인 섬유·전자제품·임산물 등은 앞으로의 노력목표를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 실질적인 진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각국이 교섭의 성과를 실질적인 합의내용 이상으로 치켜올린 것은 UR의 연내타결을 위한 4극의 결속을 내외에 과시할 필요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EC가 노력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는 개도국이 이에 상응한 시장개방을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특히 미국은 섬유제품 시장개방을 조건으로 내세워 인도 등이 시장개방에 반대할 경우 4극 통상회담 합의는 깨질 우려가 있다.
인도·파키스탄 등 미국내 섬유산업과 경합하는 개도국이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C도 음향·영상소프트·서비스분야에서 시장개방 결단을 뒤로 미루고 있다.
이밖에 일본은 쌀시장 개방에 여전히 반대입장이고 EC도 농업보조금을 삭감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접근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UR 연내타결을 섣불리 점칠 수는 없을 것 같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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