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서 미 리더십 필요/클린턴 방한을 보는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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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보다 정치측면 부각 초점/북핵 경계하며 한국통일 지원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방문을 보는 시각은 두가지로 대별된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여론은 클린턴이 이번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의 기회를 통해 얼마나 일본의 시장문을 열게하여 미국의 무역적자폭을 줄일수 있게 하겠느냐에 관심을 쏟고 잇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클린턴 대통령 자신부터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동아시아 방문의 성과를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으로 부각시키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시각이 있다.
○중재자역할 최선
클린턴 대통령의 첫 해외나들이의 성과를 정치적인 측면에서 찾으려 하는 움직임은 바로 한국방문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과 맥이 통한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등 싱크탱크 집단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바 있다.
경제적으로 보아서도 미국은 92년 대아시아지역 무역이 3천6백억달러에 달해 대유럽 2천2백70억달러와 비교해 볼때 무려 50% 이상 많을 정도이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또 안보적 측면에서 볼때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포함하여 중국의 강대국화 등 국제정치의 초점이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전통적인 리더십을 포함,효과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이 효과 최적
이러한 미국의 대아시아 입장을 천명하기는 이번 클린턴 방한이 최적의 기회라고 보고있는 것이다.
사실 클린턴이 G7회담 참석자 동경을 방문하게 된다는 일정이 알려졌을때 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 등 아시아국가들이 클린턴을 자국으로 초청하기 위해 많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었다.
그런 가운데 클린턴은 비록 1박2일이기는 하지만 한국만을 방문국으로 골랐다.
그가 한국을 선택한데는 우선 주한미군이 있고 일본까지 왔다가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 경우의 여파를 더 우려했는지도 모른다.
지미 카터 대통령시절 당시 박정희대통령과 사이가 나빠 한국방문을 회피하다가 결국 「북한이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 의지를 오판할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에 싫지만 방문한 경우가 있듯 클린턴 대통령도 일본까지 왔다가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수 없는 안보적 상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클린턴의 방문은 이러한 소극적 면보다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적극적 발상에서 나왔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적극적 리더십을 계속 발휘하겠다는 일종의 「클린턴의 아시아 독트린」 발표장소로 한국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에는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 개입 전초지인데다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최근 들어서의 민주화 성공 등 미국의 도움을 받은 국가중에 가장 모범적인 발전을 한 국가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한국방문때 김영삼정부의 민주화와 경제적 자율화에 대한 클린턴 대통령의 평가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며 한국의 안보를 도와준데 대해 미국 국민들이 긍지를 가지고 있다는 칭송까지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은 한국의 통일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게 될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미 행정부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극도로 강경하다는 점과 함께 북한이 핵을 개발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또 미국의 대한 안보공약에 언급,한반도가 통일될때까지 남북한 비무장지대에 미군이 엄존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아주 오랫동안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안보공약 재확인
따라서 이번 방한을 통해서도 이러한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의 재확인 절차를 통해 미국이 아시아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 현재 미국과 한국은 거의 무역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으로서도 갈등의 소지가 없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한미간에 전통적 안보협력이라는 차원에다 문화적·사회적 이해를 추가하여 전통적 우의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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