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사 공표 권 제한 철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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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민간단체 활동>
현재 민간 소비자단체는「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대표 김 순)·「한국소비자연맹」(대표 정광모)·「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정광모)·「공익문제연구원」(원장 인배환)등 소비자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4단체를 비롯해 모두 11개 단체.
본부 외에 각 지방에 지부를 두고 있는 이들 단체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대기업과 정부로부터 비과학적·비전문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갖가지 평가에도 불구하고 민간단체가 60년대부터 소비자 운동을 처음 시작하여 오늘날「소비자 주권」확보에 크게 이바지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80년 이후 지금까지 만도 크고 작은 충격파를 던져 행정개선·소비자 의식 및 소비형태의 변화 등 눈에 띄는 열매를 맺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이른바「징코민 사건」을 비롯해「자몽파동」「환자권리선언 제정운동」「백화점 사기세일 고발사건」「팔당 준설작업 반대운동」, 그리고 끊임없는「농약의 안전성 확보운동」및「불량품 공개수거」등….
물론 사안별로 일부 비판이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이들 소비자단체의 첫손 꼽히는 관심사는 조사공표 권 문제다.
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17조에는 전문적인 설비를 필요로 하는 시험·검사 결과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나 중앙행정 기관의 장 또는 도지사가 지정하는 검사기관을 거친 경우에 한해서만 공표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 공익 문제연구원이 5, 6월 지정 검사기관 70곳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지정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고, 게다가 외부 입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학 연구소는 일부(한양대 산업과학 연구소 등)뿐이었다.
한국소비자 연맹 강정화 기획실장은『국·공립기관은 나중에 혹 말썽이 날까 두려워서인지 민간단체의 시험 의뢰를 피하려 하고 품목별 전문 시험기관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공표 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들은 공표 권 제한의 철폐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송보경 이사(서울여대 교수)는『신뢰할 수 없는 시험·조사 결과로 사회에 손실을 끼치는 민간단체는 앞으로 절대 그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며『적자 생존을 원칙으로 하되 대학 등 민간 시험기관을 대폭 늘리고 조사공표 권 제한이 완전 철폐와 행정정보의 공개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자립도와 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상당수단체는 운영 재원의 50∼80%정도를 정부예산과 외부원조 등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들이「관 주도의 시민운동」을 펴고 주로 만만한 중소기업을 감시활동의 표적으로 삼았다는 내외의 반성과 비판의 소리도 높다.
이에 따라 민간 소비자단체들도 최근「홀로 서기」에 대한 자각과 함께 미국 소비자 연맹의「컨슈머 리포트」지 판매사업(연간 4백만∼6백만 부), 정보판매 등 외국 사례분석 등을 통해 묘안을 찾고 있다.
관계자들은 공표 권 제한문제와 맞물려 있는 비 전문성·비 과학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대학 등의 전문가들을 소비자운동에 동참토록 유도하고 ▲자체인력을 교육시키는 등 프로그램의 개발과 숙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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