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영광과 좌절 그려 스플렌도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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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시네마 천국』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시피 이탈리아 영화 및 영화관 문화의 쇠락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80년대 이후로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유일한 작품이『시네마 천국』이라는 것은 이탈리아 영화의 현황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운이 깊은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는 에토레 스콜라 감독의「스플렌도르』(SKC 출시)는 한영화관의 영고성쇠를 통해 전후 이탈리아 영화의 영광과 좌절을 가슴 찡하게 전해준다.
스플렌도르 영화관 주인인 조단은 어렸을 때부터 영화 속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이동 영화관 주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벽지를 돌아다니며 성장한 그는 이젠 어엿한 영화관 주인이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달콤한 생활』이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1960년 그의 영화관도 자리가 없어 입석까지 꽉 찰 정도로 성황이다. 이윽고 TV 보급과 미국영하 범람은 이탈리아 영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영화관을 운영해 오던 그의 목을 죄게 된다. 관객이 급속히 줄자 어떻게든 영화관을 살리려고 애쓴다.
그는 영화 중간에 스트립쇼를 집어넣는 등 관객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써 보지만 결국 빚더미 위에 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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