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샛별|박석재<천문대 선임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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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샛별이란 새벽 별, 즉 금성을 말한다. 금성은 1. 등급별보다도 1백 배정도 밝은 광채를 발하여 하늘에서 별처럼 보이는 것 중 가장 밝다. 가끔 전문대로 문의가 들어오는 UFO 목격사례들도 대부분 금성에 관한 것이다. 금성이 이렇게 밝은 까닭은 지층 대기가 태양 빛을 아주 잘 반사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금성을 미의 여신 비너스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금성은 새벽에만 보이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금성은 지구보다 더 작은 공전궤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더라도 역시 언제나 태양 가까이 에 만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구에서 보았을 때 금성은 태양의 동편으로 갈 때도 있고 서편으로 갈 때도 있다. 태양의 바로 앞을 지나가거나 뒤를 지나갈 때에는 물론 보이지 않는다.
금성이 태양의 서편에 있는 날에는 태양보다 먼저 뜨게 되므로 새벽 별이 된다. 물론 그날 저녁에는 태양보다 먼저 지게 되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금성이 태양의 동편에 있는 날에는 태양이 먼저 떠서 새벽에는 보얼 기회를 잃지만 그날 저녁에는 태양보다 나중에 지게 되어 붉은 노을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저녁별이 된다. 즉 금성은 주기적으로 새벽에 보였다, 저녁에 보였다 안보였다 하게 된다. 북한의「새벽 별 보기」운동은 글자 그대로라면 1년 중 6개월 이상 실현이 불가능한 운동인 셈이다.
어쨌든 금성은 새벽이나 저녁에만 보이지 한방 중에 보이는 일은 절대로 없다. 왜냐하면 금성은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의 반대 방향에 위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용의자가 자정쯤의 상황이라고 우기는 사진에 우연히 금성이 찍혀 있다면 용의자의 진술은 거짓인 셈이다.
천체 망원경은 그만두고 쌍안경으로만 보아도 금성은 달처럼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성이 태양보다 지구로부터 더 가까이 있으면 마치 초승달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더 멀면 반달보다 더 볼록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물론 금성 표면 중 태양 빛을 쬐는 부분만이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수성도 금성과 마찬가지로 지구보다 더 안쪽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달처럼 모양이 변해 보이기도 하고 한방 중에는 보이지 않는 등 금성과 똑같은 관측 적 특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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