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공」 파업서 조업재개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노조원총회서 온건론 우세로 극적반전/.정몽구회장 “유화” 지시… 대화로해결 선례
○…현대사태때 노동장관이 직접 현장에서 사태해결을 한데 대해 엇갈린 평가가 잇으나 긍정적인 면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23일 현대정공 노조사무실을 방문한 이인제장관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노동사를 강의하듯 노조간부들에게 설명해 노조간부들이 크게 공감했다는 것.
이 장관은 현대정공 노조위원장실에서 노조측의 사태해결을 듣고 『미국·일본은 노동운동역사가 1백년이 넘지만 우리는 30년 밖에 안돼 지금의 분규상황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며 『이를 극복할 경우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파멸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하자 노조간부들도 생각을 같이한다는 대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정공사태는 완전타결대신 예민한 쟁점은 뒤로 미룬채 선조업 후협상형식으로 극한 대결을 피하는 묘수를 찾았다는데 의의.
현대정공사태의 분기점이 된 25일의 조합원총회는 10여명의 토론자들이 나와 격렬한 토론을 전개.
이날 총회에서 처음에는 『전쟁은 붙었는데 유엔군격인 현총련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선조업을 하라고 하는것은 말도 안된다』는 강경론이 우세했으나 총회끝에 박준석 기획국장(31)이 『지도부가 쟁의순서를 구사할때는 조합원들의 의지 등 내부조건과 국민여론 등 외부조거을 감안하고 있지만 이번 우리의 투쟁은 더이상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불리하다』는 설득이 주효해 선조업 후협상으로 극적 전환했다는 것.
○…정몽구 현대정공회장은 임금협상안 직권조인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한 다음날인 6일부터 울산에 내려와 회사 영빈관에 머무르면서 노사협상 과정에서 생기는 갖가지 민감한 문제점들에 대해 회사측 입장을 결정,지시하는 등 막후 조정자역할을 해왔다는 후문.
정 회장은 또 조업재개 첫날인 26일 오전 10시쯤 유기철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파업으로 인해 줄어든 임금보전을 위해 근로자들이 원할 경우 휴일인 27일에도 잔업을 최대한 허용토록 하라』고 지시.
○…현대정공 파업사태가 노조측의 조업재개 결정으로 일단 수습되긴 했으나 부분파업이 계속중인 현대자동차를 포함,나머지 울산지역 현대계열사 간부들은 『만약 7월초에 현대중공업이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87년과 같은 대형분규가 재발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하소연.
○…이번 현대정공의 선조업결정은 지난 88년부터 시작된 울산지역 현대계열사 대형 노사분규에서 처음으로 대화를 통해 정상조업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됐다. 지금까지 매년 국내 노사분규의 가늠자 역할을 했던 현대분규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기 일쑤였으나 이번 사태해결로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