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안 동북아 안보협력체 실현 가능|북한 핵·러-일 군사긴장 등 해결 큰 도움|미 브루킹스연 선임연구원 해리 하딩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해리 하딩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46)은 한승주 외무장관이 지난달 31일 제시한「신 외교 5대 기조」의 하나인 동북아시아다음간 안보협력기구 결성에 대해『북한의 핵문제 등 아시아의 전반적인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이의 창설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최근 한국과 미국 등에서 동북아 다음간 안보협력기구 결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타진하기 위해 5명의 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하딩 교수는『북한이 이 기구에 참가할지 의문이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주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북한에 핵 개발 포기를 설득시길 수 있는 효과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북한이 핵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의 상대적 열세를 방증 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다음은 하딩 교수와의 일문일답.
-다자간 안보협력기구의 실현가능성은.
『어렵겠지만 노력해 볼 가치가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 기구의 창설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북한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주류에서 너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가입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아-태 지역에서 안보협력기구의 필요성은 북한 핵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자간 안보협력기구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의혹해소 ▲러-일간의 군사적 긴장완화 ▲러-중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몽고와 같은 약소국들의 안보보장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다자간 안보협력기구에 중국이 가입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안보협력기구의 창설이 국제적 추세로 자리잡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가입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이 안보협력기구에 얼마나 진지하고 솔직한 자세로 참가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최근 북한·미국 고위급회담에서 양국간의 합의를 어떻게 보는가.
『북한-미간의 합의는 북한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른 합의사항은 무효화될 것이다. 양측은 당 장의 위기를 모면했지만 핵을 이용한 북한의 협박을 보상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강해지고 있는 반면 북한은 약화되고 있다. 북한이 핵 개발에 집착하는 것도 재래적인 군사력이 약화됐다는 방증이다. 한반도의 상황은 앞으로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돼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중국전문가인 하딩 교수는 70년 프린스턴 대를 졸업한 후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3년간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다 83년 브루킹스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미국의 대아시아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