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 고삐 당기겠다"|이란 대통령 재선 하셰미 라프산자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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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11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재선된 하셰미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58)은 회교혁명의 종주국 이란의 실력자로는 보기 드물게 대 서방 개방 및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추친해 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47년 성도 쿰의 회교율법학교에 입학, 스승이자 이란혁명의 주도자 고아야틀라 호메이니를 만나 측근으로 머물며 냉철한 정치감각과 탁월한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발휘, 회교혁명을 뒷받침했다.
회교 성직자로서는 중위 급인 호자토레슬람에 머물렀지만 호메이니의 아끼는 측근으로 이탄 혁명정부 3대 요직 중 하나였던 국회의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 89년에는 회교 지도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4년간 지지기반인 회교 지도부와 타협, 실용주의와 회교근본주의 노선을 넘나들었지만 기본적인 시각은「서방에서 취할 것이 있으면 과감히 택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확고한 경제개혁 지지기반을 확인하려 했으나 일단은 실패했다. 투표율 57·6%에 득표 율 63·2%라는 성적표는 68·3%투표율에 득표 율 94·5%를 기록했던 지난 89년 선거 때와 비교, 실망 적인 것이다. 회교지도자들이 선거 참여를 회교혁명 정신과 결부, 독려했었던 만큼 투표율 저조는 혁명열기의 쇠퇴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라프산자니의 경제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층이 두텁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그의 득표 율이 급격히 떨어진데 비해 기본적으로 그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부패·비효율성을 지적한 아마드 타바클리 전 노동장관이 23·8%라는 높은 득표를 했다는 점은 음미해 볼 만하다. 국민들의 관심이 회교혁명에서 경제문제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프산자니는 이번 선거결과 발표 이후『경제계획 중 미완의 부분을 자신 있게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선언, 그의 대 서방 경제외교의 성패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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