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무역역조개선 기대/일 자민내각 붕괴로 득실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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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 정경유착 변화 재계이익 수호 탈피”/“신진세력도 친미”안심… 개방가속 전망
일본 미야자와내각의 붕괴는 미국에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동경 서방선진 7개국(G7) 회담에 참석키 위해 방일날짜를 잡아놓고 있는 중에 그의 상대자인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총리가 불신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일본의 정치적 위기가 과연 미국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미국에 득이냐 손해냐라는 차원에서부터 장기적으로 일본의 정계개편이 미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진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45년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전후 통치기간을 통해 일본의 현정치,경제구조를 사실상 만들어 놓은 미국은 자민당의 붕괴를 남다른 시선으로 볼수 밖에 없다.
미국은 이번 일본의회의 내각불신임이 일본의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러한 방향은 역사적으로 볼때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후 냉천체제에서 구소련의 팽창정책에 대응하여 거대보수 여당인 자민당이 일본정치를 주도해온 것은 당연한 것일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냉전의 시대에 접어든 지금 더이상 거대 보수여당의 일당지배는 시대적으로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파동이 비록 정치인들의 부패가 계기고 되어 발생됐지만 내면적으로는 역사적 흐름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미국과 자민당의 관계라고까지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자민당은 미일관계에 중요한 고리역할을 했다.
전후 일본 극우세력의 청소를 위해 우파를 박해했던 미국은 소련과의 대결이라는 상황이 되면서 반대로 좌파를 탄압하여 55년 자민당이라는 보수연합세력을 만들었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은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할 정도로 자민당 육성에 노력했다.
지금까지 미일관계가 무역분규 외에는 원만했던 이유도 이러한 자민당의 존재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일 양국의 관리들이 몇달동안 씨름을 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자민당의 거물정치인에게 한마디 전화로 해결되는 사례가 허다했다.
미국이 걸프전쟁때 일본으로부터 1백30억달러의 전비를 지원받고 일본에 러시아를 지원하라고 촉구하거나 미국의 우주개발계획에 뒷돈을 대도록 한 것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본 자민당의 거물정치인들을 동원한 것이었다.
이러한 자민당의 붕괴로 새 정치판이 서게될 경우 미일관계에 분명한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은 새로 등장하는 신진세력도 중도보수에 친미적 성향이라는 점에서 일단 안심하고 있다.
특히 미일간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역역조라는 점으로 볼때 이 문제는 오히려 새로운 정치판이 형성됨으로써 더 원만하게 풀릴 수 있다고 보는 쪽이 많다.
정치적으로 볼때 자민당은 일본 재계와 깊은 연대를 가지고 지금까지 재계의 이익을 집중적으로 대변해왔다.
이는 자민당이 미국과의 무역역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기면 무역역조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재계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했던 일본정치가 이제부터는 소비자인 일반국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된다면 무역에서 개방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상품에 대한 장벽이 자연이 낮아지고 따라서 무역역조도 완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민당과 협조적인 관계로 양국의 현안들을 해결해 왔던 전례로 볼때 자민당의 변화는 미국에 새로운 도전을 주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방일을 통해 양국의 무역역조를 해결하기 위해 미야자와 총리에게 강력한 제안을 준비중에 있었다.
그러나 이미 힘을 상실한 미야자와를 붙잡고 현안을 논의할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미국언론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죽은 나무」를 붙잡고 얘기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백악관당국자도 『무역역조 개선 기회가 매우 어렵게 됐다』고 아쉬워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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