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개입·연대투쟁 차단 주력/현대분규 확산따른 노동부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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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극개입”서 선회 예방에 초점/당사자 1차 책임원칙은 고수
개혁드라이브에 앞장서왔던 정부의 노동정책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대그룹 노사분규를 계기로 급선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정부출범 이후 표방한 당초의 「소극개입」정책이 분규예방과 조기수습을 위해 전행정력을 동원한 「적극 개입」 방식으로 바뀌면서 더이상 분규확산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자동차·철강 등 국가기간산업부문 대기업의 노사분규에 대해서는 임금·단체교섭 준비단계에서부터 사전지도하고 이들 기업의 분규에 대해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제3자개입·임금공동투쟁 등의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울산 현지에서 노동부 간부들이 19일 현총련 의장단을 만나 대화를 나눈 것도 제3자개입을 강력히 막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신정부 출범이후 대법원의 판례취지대로 각종 행정지침을 변경하고 근로자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노사문제에 대한 개입을 가급적 자제,노사 자율협상에 맡긴다는 원칙아래 노사분규 대응에 예전보다는 소극적 자세로 임해왔었다.
당시 이인제장관은 『쟁의행위의 정당성여부는 민사·형사법상의 책임이 뒤따르는 사안으로 법적으로 노동쟁의조정법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노동쟁의의 목적이 정당한지 여부는 노동부가 관여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는 취지를 밝혀 「개입 축소」를 천명했다. 아울러 소극개입과 노사자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방문을 자제해왔다. 노동부에 따르면 실제 올들어 지금까지 수시감독을 실시한 사업장은 1개소 뿐으로 이에따라 일부 업체의 분규는 근로감독이 소극적인데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기도 했다. 노동부의 정책선회는 그동안 정부부처간에도 노동정책과 최근 노사분규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왔던 점을 감안하면 한편으로 신정부 노동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결과로도 볼수 있다.
노동부의 정책선회는 그러나 개혁 드라이브의 전면적인 수정은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노동부는 노사분규에 대한 방향선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강행을 천명해온 「무노동 부분임금」 등 대법원 판례대로 변경키로 했던 각종 행정지침은 검토과정을 거쳐 그대로 시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어디까지나 노사자율적인 해결을 위해 공권력 투입은 자제하며 근로자든 사용자든 부당행위가 드러나면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사업주가 분규 해결의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신경제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대사태를 오랜기간 방치할 여유가 없고 다른 사업의 노사분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노동부의 노동정책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다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노동부는 발등의 불로 떨어진 현대사태를 좌시할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도강화를 통한 노사협상으로 조기수습에 최선을 다하다가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다각적인 강경책을 쓸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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