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난 꽃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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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비가 오다 개는 등 날씨가 몹시 변덕스럽다. 이럴 때면 삼천궁녀의 한이 서린 백제의 고도 부여를 찾아 난 꽃차 한잔을 마시도록 권하고 싶다. 향기로운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위축된 삶을 추스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설마하니 난초로 차를 달여 마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여의 성요셉병원에 봉직하고 있는 아가다 수녀는 난 꽃차를 즐기는 분으로 꼽힌다. 그는 평소 난을 가꾸며 꽃과 향기를 즐기다 꽃이 지게 되면 잘 말려 보관한 다음 적막한 처소에서 귀한 손님을 맞을 때마다 연록의 싱그런 찻물에 난초 꽃을 띄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만에 여행을 가면 사들고 오는 대표적인 차가 반 발효차인 우롱차 와 향편차. 이 가운데 향편차는 녹차에 말린 자스민 꽃잎을 첨가해 향긋한 꽃향을 느끼도록 개발된 것이다. 그런데 난꽃차는 자스민차의 말리화향보다 훨씬 은은하고 고상한 풍취를 자아낸다.
차에는 여러가지 덕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차를 우려내 마신 뒤 차 잎을 내버리지 말고 나물을 만들어 먹거나 물을 부어 두었다가 우러난 물에 세수를 하면 피부가 매끈거리는 것을 느낄 수다. 차 잎을 말려 냉장고에 넣어 탈취제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벌레가 출입하는 곳에 두면 벌레들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또 구취를 없애주고 소화를 돕는다. 따라서 식후에 따끈한 녹차 한잔을 마시면 속을 편하게 해주고 노폐물도 몸밖으로 방출시키는 작용을 해줘 여드름에도 특효가 있다. <연호탁 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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