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수출 「시동」걸렸다/러 경제 “파란불”/일류신기 보완해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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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첨단 서방엔진 도입… 불 에어쇼서 각광/7억불계약 성사… 업계 “흥분”
러시아의 항공산업이 본격적인 상업수출 전선에 나서 성과를 올리고 있어 러시아 경제에 청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조회사중 하나인 일류신사는 17일 최근 끝난 르부르제 어어쇼에서 자사가 제조한 일류신 96T수송기 10대를 암스테르담 소재 파르튼에어사에 판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표했다. 러시아 항공기가 서방의 상업항공사에 이렇게 대규모로 판매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류신사 관계자들이 밝히고 있는 바에 의하면 이번 계약은 총액 7억달러(약 5천6백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로 구 소련 해체와 동구권의 소련권 경제블록이탈 이후 침체에 빠져든 러시아 항공기 제작회사들에 큰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판매가 결정된 제품은 일류신사가 구 소련 해체후 독자적인 생존전략의 하나로 서방의 항공기 엔진 및 항법장치를 도입,장착한 제품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류신사는 90년대 초반부터 경제성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 등 항공경쟁국과의 기술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열효율·연비비율이 우위에 있는 항공기엔진 제조회사인 미국의 프렛 앤드 휘트니사와 엔진제조기술 협력사업을 벌였고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기술이전이 거의 차단돼 있던 첨단항법장치 분야의 서방기술 도입을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그 결과 일류신사는 항법장치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의 록웰 콜린스사로부터 항법장치 제조장비를 공급받게 됐고 최근 국제시장에 내놓고 있는 일류신 96기종에 프렛 앤드 휘트니사의 엔진과 록웰 콜린스사의 항법장치를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계장치와 금속재료 등에서 서방보다 우위에 있는 구 소련 항공기술의 장점을 결합,경쟁성이 뛰어난 제품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일류신 항공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네델란드 파르튼에어사의 피에르 펠레레도 일류신사의 신제품 항공기들이 동 기종과 경쟁기종인 다른회사 제품에 비해 훨씬 경제적인 제품이라고 판단,구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 항공기들은 기계성능이 뛰어나고 초기구입 비용이 미국 등 서방 항공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나 기름이 많이 들고 항속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어 서방국가의 상업항공사로부터 외면을 받아왔었다. 일류신사는 이러한 단점을 서방 기술로 극복,새로운 기종을 선보였고 이것이 이번에 르부르제항공 에어쇼에서 성공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일류신 96기종은 여객용의 경우 3백18명의 승객을 싣고 6천마일을 비행할 수 있고 화물용은 90t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항속거리는 3천5백마일로 알려져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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