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NPT 탈퇴유보 철회나 마찬가지”/한승주외무 파리서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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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미 회담,남북회담과 병행필요/영변시설 다른 형태로도 사찰가능
한승주 외무부장관은 13일 파리주재 국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잡아둔다는 목표는 달성한만큼 이제 이것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남북대화에 연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장관과의 일문일답 요지.
­북한이 NPT 탈퇴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유보」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측으로서는 완전한 탈퇴철회를 바랐지만 효과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NPT탈퇴 결정 자체를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밑에서 이들을 설득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유보를 번복하거나 IAEA와의 핵안전협정에 관한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유엔안보리가 나서는 등 국제사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수확으로 생각했던 것들은 수포로 돌아가고 사태는 새로운 양상으로 번질 것이기 때문에 효과면에서는 철회나 다름없다.
­북한이 이번 미국과의 회담에서 거둔 성과는.
▲지금까진 북한은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나 IAEA와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문제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미국과 공식회담을 한 것 자체가 큰 성과라 할수 있다.
내정간섭을 않는다는 유엔헌장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들을 합의사항에 넣음으로써 국내 선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으로도 보여진다.
그러나 나는 북한이 핵문제가 없었다면 쉽게 해결될 일들을 「어려운 길」을 통해 얻었다고 본다.
­미국에 장재용 외무부 미주국장을 파견하는 의도는.
▲양국이 현 상황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공조체제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공조체제를 통해 현재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면 앞으로는 미­북한회담과 남북회담 사이의 역할조정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다.
어떤 문제는 미­북한간의 회담에서 빼내 남북회담에서 다루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팀스피리트훈련·상호사찰 등 미­북한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고 남북경협 등은 미국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 따라서 미­북한회담과 남북회담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북한간 회담에서 팀스피리트훈련 중지 등의 대책이 논의됐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렇지 않다. 미­북한 합의사항 이외에 별도의 대책들이 논의된 적도 없다.
­북한이 핵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변의 두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리라고 보는가.
▲IAEA가 요구하는 것과 똑같은 형태의 사찰은 아니더라도 그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찰이 가능하다고 본다. 예컨대 미신고 시설에 반드시 들어가보지 않더라도 인근의 우물이나 흙 등을 조사해 봄으로써 핵개발 가능성을 유추해 볼수도 있다는 얘기다.
IAEA의 사찰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개발 전력을 증강하자는 것이지,핵무기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북한의 핵시설,활동,IAEA의 사찰결과 등을 종합 검토해 볼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을 개연성은 크다.
앞으로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을 가능성과 포기할 가능성이 모두 고려해 강온 양면대응을 해야 한다.<파리=박의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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