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소개에 보람 느껴요"-볼만한 영화 500선 발간 비디오 숍 경영 옥선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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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영화를 너무 좋아해 아예 비디오 숍을 차린 영화광이 이번엔 20년간 영화를 보며 기록해온 자료를 정리,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최근 『비디오, 베스트 렌트 500』을 낸 옥선희씨(35)가 그 주인공.
옥씨는 동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화랑 등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서울 신대방역 부근에서「시네마 천국」이란 비디오 숍을 2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젊은 주인. 그가 처음 쓴『비디오…』은 한 영화광의 진지하고도 집요한 영화사랑을 비디오 숍 주인의 소박한 감각으로 풀어내 시선을 끈다.
옥씨는『장사(?)를 하는 입장이지만 고객이나 다른 비디오 숍 주인들이 영화에 대해 안일한 자세를 갖고 있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이 책을 통해『고객의 프로선택과 비디오숍 주인의 프로 안내를 도와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디오…』에 소개된 영화는 5백여편. 알려진 영화와 알려지지 않은 명화를 섞어 옥씨가 직접 엄선해 문예영화·시대영화·애정영화 등 약20개의 장르로 나눴다. 그리고 영화 한편 한편마다 배경·감독·배우 등 제작전반에 관한 사전적 정보와 줄거리를 소개하는 한편 영화에 대한 옥씨의 개인적인 감상도 간략하게 곁들였다.
옥씨가 영화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1년 때부터. 명배우 율 브리너와 데보라카가 주연한 영화『여로』를 통해 영화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TV나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그가 1년에 보는 영화는 평균 2백∼3백편 정도.
그는 또 영화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기록」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아 20년 동안 잡지· 신문에 나온 영화관련 자료를 꾸준히 스크랩했다. 영화 제목별로, 혹은 배우 이름별로 자료를 정리하며 만든 파일이 여러 개의 라면상자로 가득하다. 그러나 웬만한 내용은 자료를 뒤지지 않아도 줄줄이 외운다고.
『고객들과 영화에 관해 얘기를 나눌 때가 가장 즐거워요. 하지만 오로지 「치고 박는」 액션물만 찾는 고객을 대할 땐 정말 난감하지요』흥미위주의 영화 5편에 진지한 영화 1편 정도는 곁들여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옥씨. 그는 가끔 이런 손님들에게「괜찮은」영화를 넌지시 권한단다.
그가 가장 감동 깊게 본 영화는 대만 영화인 『비정성시』.한국 영화 중에선 임권택 감독의『개벽』과 최근에 본『서편제』를 꼽는다.
현재 YMCA의 좋은 비디오 숍 체인「으뜸과 버금」을 통해 좋은 비디오 보급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앞으로도 해마다 한 권씩 좋은 비디오를 소개하는 책을 계속 써보고 싶다』고 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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