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릉선수촌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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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가자 베이징으로, 이룩하자 신화창조'.

비가 흩뿌리는 7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정문에는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태릉선수촌에 들어서기 전까지 '1년이나 남았다'고 했던 생각은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며 확 바뀌었다. '1년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24시간이 모자라는 선수들=태릉의 아침은 오전 6시부터 시작된다. 기상과 함께 운동장에 모여든 선수들은 에어로빅으로 몸을 푼 뒤 바로 훈련을 진행한다. 태릉에서는 이를 '조조(早朝)훈련'이라 부른다.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요즘 1시간가량 스트레칭과 조깅을 하고 나면 땀으로 목욕을 한다.

집중력이 좋은 오전에는 주로 기본기 및 기술 훈련을 한다. 정오가 되면 조용했던 선수촌에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고 식당을 중심으로 활기가 넘친다. 점심식사를 끝내기 무섭게 선수들은 의무실을 찾는다. 꼭 어디가 아파서라기보다 오전 훈련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며 오후 훈련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실전 위주로 진행되는 오후 훈련은 오후 3시에 시작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땀을 쏟는 시간이다. 요즘 올림픽본선 티켓이 걸린 예선전이 한창이어서 실전을 방불케 한다. 오후 훈련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정신 훈련으로 진행되는 야간 훈련이 끝나야 태릉의 하루가 저문다.

◆당장은 베이징행이 목표=2007년 8월 선수촌의 화두는 '베이징행 티켓 잡기'였다. 필승관에 위치한 유도장에 들어선 순간 땀냄새가 코를 찔렀다. 전기영 남자유도 대표팀 코치는 자세가 나쁜 선수들을 연신 닦달했다.

유도는 선발전과 국제대회 성적을 종합해 대표를 뽑는다. 오늘 태릉에 있다고 내년 베이징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선수들은 훈련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양궁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선수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비에 젖은 과녁을 향해 쉴 새 없이 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대표 선발 문제에는 모두 예민했다. 한국 대표 되기가 올림픽 입상보다 더 힘들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베이징에서의 목표를 묻자 임동현도, 박성현도 "선발전 통과"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30여 명의 선수가 북적대는 펜싱장은 공격 성공을 알리는 버저 소리까지 겹치면서 시끌벅적했다. 22일 아시아선수권과 다음달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훈련 중이었다. 시드니 금메달리스트인 김영호 코치는 "아테네 때의 전력을 70으로 본다면 현재는 90정도이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장혜수 기자, 이경태.김진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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