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출로 번 돈 유학·관광으로 다 까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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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 적자가 187억 달러로 독일·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셋째로 많았다. 올 상반기에도 10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반기 기준)를 갈아치웠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1991년 이후 98년을 제외하고 16년째 늘고 있다. 특히 몇 년 새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국제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로 번 돈을 서비스업에서 까먹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을 바라보는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게 서비스업이 취약하다. 국가경제가 성장하면서 농림어업보다 제조업,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는 순서를 밟는다.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70% 안팎이다. 미국은 법률·컨설팅, 영국은 금융서비스, 프랑스는 관광이 강하다. 우리는 서비스업 비중이 56%로, 80년대 선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2~2005년 서비스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연평균 3.5%로 제조업(9.3%)보다 크게 떨어졌다.

 가장 취약한 부문은 관광과 교육이다. 올 상반기 이 부문 적자가 72억 달러로 전체 적자의 70%에 육박했다. 국내 관광·교육이 시원찮아 너도나도 해외로 나간 결과다. 지난해 1160만 명이 해외 관광·골프여행을 다녀왔고, 올 들어 원화 강세로 해외로 나가는 일이 더 잦아졌다. 공교육에 실망하고, 사교육비에 놀라 해외로 나간 유학생도 19만 명에 달한다.

 더 싸고, 더 좋은 관광·교육 여건을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관련 규제를 확 풀고, 시장을 개방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의료시장을 개방하고, 영리법인을 허용한 태국이 세계적인 의료 허브로 거듭난 게 좋은 예다. 변죽만 울리는 정부 대책으로는 서비스수지 적자를 멈출 수 없다.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없다. 좀 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