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 “실체인정”으로 안전판/「캄」연정… 평화정착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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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아누크 권한강화땐 군중립 지켜질듯
캄보디아 훈센정권과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캄보디아 민족연합전선(FUNCINPEC)이 연정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캄보디아는 일단 평화정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민족회의(SNC)의장은 연정 캄보디아민족정부(NGO)는 과도기적인 것으로 앞으로 3개월동안 새 헌법이 마련될 때까지 정권이양을 돕게 된다. 이 조직에서 시아누크의장은 군통수권도 가진다.
13년 내전기간동안 서로 싸워온 훈센정권과 FUNCINPEC이 연정에 합의한 것은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훈센정권은 FUNCINPEC과 계속 적대관계를 유지할 경우,크메르 루주의 복귀를 부르는 결과를 낳을 것을 우려했다. FUNCINPEC으로서도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훈센정권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훈센정권의 큐카나리드 대변인도 훈센정권 해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총선에 참여한 당끼리 반목을 계속할 경우 크메르 루주가 이번 총선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연정구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외에 양정파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이번 총선에서 보인 민주화열기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남은 문제는 불신의 골이 깊은 양정파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며 훈센정권의 군사력,크메르 루주 처리문제 등이다.
제헌의회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시아누크 의장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정부형태를 만들어낼 경우 군도 중립을 지킬 것이고,양정파도 불신의 벽을 허물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시아누크의장에게 상징적인 국가원수 지위만 주어진다면 군통수권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는 훈센정권의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실권을 잡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전문가들은 시아누크 의장의 권한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군문제도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크메르 루주문제가 최대의 현안이다.
연정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해도 크메르 루주가 끝까지 무력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경우 캄보디아는 실질적으로 국가분열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현재 캄보디아 국토의 약 20%가 크메르 루주 점령하에 있다.
시아누크의장도 크메르 루주를 이번 연정에서 배제했으면서도 크메르 루주를 빼고는 진정한 평화가 어렵다고 판단,크메르 루주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크메르 루주와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의지다.
일부 정치분석가들은 크메르 루주도 캄보디아 국민들이 민주화 열기를 의식,대화를 통해 정치참여를 모색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들은 또 크메르 루주가 「미니국가」로 남아 당분간 캄보디아의 장래에 위협이 되더라도 공산주의 몰락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몰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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