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1백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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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대통령은 취임 1백일 기자회견에서 대단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 1백일의 개혁을 통해 우리도 뭔가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과 희망을 갖게 됐다고 자평하고 중단없는 개혁을 선언했다.
아닌게 아니라 1백일이란 별로 길지 않은 기간에 김 대통령은 많은 일을 해냈다. 재산공개라는 방법을 통해 공직사회와 정치권에 엄청난 회오리를 불러일으켰고 군비리 척결과 과감한 인사의 단행으로 30년만에 군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슬롯머신 사건·입시부정 등의 수사에서 보듯이 우리사회에 잠복한 고질적 비리를 척결하는데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못한 강력한 의지와 과단성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김 정부 1백일은 공직사회와 국민의식에 내재한 비정상적 요소들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시동을 걸었다고 할만하다.
김 대통령은 이런 그의 개혁작업은 국민이 밑으로부터 받쳐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에 대해 의식개혁,자신과 희망,개혁동참을 호소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국민의 참여없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앞으로의 개혁작업을 더욱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난 1백일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설계를 검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취임 1백일은 그런 노력을 하기에 적절한 계기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 지난 1백일은 앞으로 맞이할 세월을 생각하면 비교적 쉬웠다고 할수 있다. 누구나 뻔히 아는데도 과거정권이 못하던 일들,가령 청와대주변을 개방하고,안가를 없애고,안기부와 기무사를 개편한 일 등은 새 정부로서 응당 할일을 한 것이고 그에 따른 국민 인기도 쉽사리 얻을 수 있었다. 각종 비리척결도 어떤 의미에서는 단순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를 일으키고 교육·환경·교통 등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는 이른바 신한국 건설작업은 그런 단순작업이 아니다. 의지와 열정만으로 될 수도 없고 단기간에 성과를 얻어 국민 인기를 얻을수도 없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야말로 개혁의 본질이다. 따라서 정부는 취임 1백일을 맞아 이제부터는 개혁의 본질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김 대통령이 회견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지금하고 있는 개혁과 사정의 방법론·방향 등에 관해서도 신한국건설의 설계에 따라 재검토·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1백일이 지남에 따라 정부는 이른바 「밀월기간」이 끝났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는 비판을 감수하는 자세라야 한다. 김 대통령은 회견에서 많은 문제를 언급했지만 대체로 총론적·낙관적 설명으로 구체적인 궁금증을 남긴 대목이 많았다. 각 부처의 구체적 시책에서 이런 대목의 보완이 있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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